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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느낀 것

<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

by EBU_이지 2019.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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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파란 표지!

 

나는 바다라는 곳이 주는 다양한 이미지와 환상을 좋아한다. 바다 근처에 살았거나 일부러 자주 찾거나 하지는 않는데 바다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갖가지의 아름다움, 막막함, 광대함 같은 것들을 총체적으로 좋아한다. 얼마 전에는 뒤늦게 디즈니 영화인 <모아나>를 보았는데, 주인공 모아나가 자신의 부족이 새로운 섬들을 찾아 바다를 누비는 탐험가(Voyagers)였다는 것을 깨달은 장면과, 과업 완수 후 엔딩 부분에 모아나의 부족이 다같이 배를 타고 푸르른 바다로 모험을 떠나는 장면이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어서 눈물까지 났다. 나는 원래 잘 감동 받고 눈물도 잘 흘리는 수도꼭지이지만 그 장면들은 내게 유달리 특별하게 느껴졌다.

 

좀 쓸데 없는 서두였고... 얼마 전 알라딘을 둘러보다 너무 예쁜 표지와 "바다 세계사"라는 제목에 혹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바다와 세계사 둘 다에 흥미가 있는 편이어서 기대를 잔뜩 안고 읽기 시작했다. 책은 상당히 방대한 양의 지식을 다루어서 생각보다 읽기가 어렵지만 제목처럼 처음 읽는 것들이라 재미있었다. 이 책은 그동안 육지중심적으로 설명되었던 역사 및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바다의 관점에서 풀어내며 지구와 생명의 시작부터 존재했던 바다, 인간과 바다의 관계, 인간의 바다에 대한 태도 및 인식, 지식의 변화에 대해 설명한다. 생각해보니 10월 말에 읽은 책이어서 사실 벌써 세부사항이 딱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책의 내용이 많아서 새롭고 신기했던 점이 많았는데 그 중 읽으며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부분이 몇 있었다.

 

1. 유럽 제국들의 선박 및 항해 기술이 발달하여 그들이 태평양까지도 배를 타고 나올 수 있을 무렵, 그들은 과학의 발달만으로는 얻을 수 없었던 낯선 지역의 지리와 항해법을 보완하기 위해 원주민을 납치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될 때마다 참 세상은 이랬어야만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대의 기억을 가진 지역 주민들의 항해 기술과 그들의 바다에 대한 태도는 언제쯤 그들에 의해 직접 기술되어 세상에 알려질 수 있을까? 근데... 이들이 세계를 상대로 한 저술을 해야만 할까? 이걸 기대하는 것은 옳은가? 쓰고 보니 이 의문 자체가 엄청 진부한 것 같다. 여튼... 사소하지만 제대로 된 세계 지도와 탐험을 완성하는 위대한 진보의 뒤에는 또 다양한 형태의 잊혀진 핍박과 학대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2. 문화적 인식과 "프론티어 관점"이 바다 착취에 끼친 영향들

 

정말 신기한 것이, 20C 들어서까지 수산학자들은 거대한 바다에는 언제나 잡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어종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물론 이와 동시에 무자비한 포경이 행해지면서 "고래가 미국의 평원을 누비던 아메리카 들소 떼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종을 울린 학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전에 팽배했던 제국주의적 관점 - 힘이 있는 자들이 바다를 이용해야 한다는 확신, 2차 대전 후 바다가 인류 미래의 식량원이 될 수 있다는/되어야 한다는 희망, 그리고 바다는 인간의 영향을 허용하지 않으며 시공간을 초월한 공간이라는 문화적 인식 등으로 인하여 바다에 대한 착취는 계속되었다. 나는 배로 세계일주를 하고 해저케이블을 깔며 여튼 엄청난 과학 기술의 발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순진하고, 일단 믿고 싶은 대로 믿어보자는 인식이 1900년대 중반까지 계속되었을 줄은 몰랐다.

 

저자는 특히나 "프론티어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 관점은 미국 서부의 황야처럼, 인류 마지막 미지의 곳, 아직 정복되지 못하였으며 그렇기에 풍부한 지식과 자원이 기다리는 곳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 혹한 '해양 붐 조성자들'은 실용적 목적으로 쓸 바다의 자원이 무한하다고 확신하였다. 각종 자원 및 산업의 발굴은 물론 여가 및 공간까지도 제공할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바다를 최후의 프론티어로 묘사한 각종 저서가 쏟아졌다고 한다. 나는 여기서 또 한 번 문화적 인식과 언어의 힘이 얼마나 큰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학 지식과 기술의 발전 또한 끊임 없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실용화되기 전까지, 전문가들의 입에서 대중에게 전해지기 전까지는 너무나 멀리 있는 것들처럼 느껴진다. 당장 각종 매체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바다를 묘사하며 바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굳히기는 너무나 쉽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4차 산업혁명이 한 가운데서 또 언어와 문화적 인식의 힘을 절감하는 나도 참 변하지 않는 것을 느낀다. 아무튼 이 언어와 문화적 인식은 막강한 과학지식보다도 더 큰 힘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 뿐만 아니라 아마 현재 사회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것 같다. 

 

3. 이 책의 저자는 여성이다. 요새 나오는 비슷한 학술서나 책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 책은 바다가 어부와 상인 일부에게만 관련된 주변 세상에서 모두의 휴식처와 여가 공간이 되기까지의 시간 동안 바다와 여성의 이야기, 또 가정에서 바다는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졌는지도 빠짐 없이 서술한다. 긴 시간동안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던 이종족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지 않으니 좋다.  

 

 

 

리뷰는 다른 글보다 쓰기 어렵게 느껴져서 엄청 뜸을 들이며 썼다 (확인해보니 10월 28일에 쓰기 시작함. 매일 이것만 붙잡고 있던 건 당연히 아니지만). 부담을 좀 덜면서 기억과 감상이 좀 더 생생할 때 쓰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8322353

 

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

그동안의 책들과 달리 철저하게 바다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본다. 저자는 육지에 살아 숨 쉬는 존재가 단 하나도 없었던 시절부터 바다가 흘러온 역사뿐만 아니라 바다가 어떻게 인류의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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