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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고 싶은 일상

친구랑 가로수길 스페인 클럽

by EBU_이지 2020.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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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 C랑 만났다. 추석 때 보고 아직까지 못 봤다니 새삼 충격받았다. 대학생, 취준생 때에 비해 시간은 더 많아지고 여유도 생겼는데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고 체력도 떨어져서 그런가 만남의 빈도가 적어져서 슬프다. 예전에는 C랑 가깝게 살았어서 엄청 자주 봤었다. 혜화역 4번출구 스타벅스가 거의 우리 아지트였다. 그 때 스벅 골드레벨 됐는데 이제는 하도 안 가서 그린레벨이다. 골드카드 그냥 왠지 모르게 갖고 싶었는데 레벨 내려가기 전에 발급받아둬서 다행이다. 쨌든, C랑 만나려면 강남 쪽이 좋아서 이번에는 가로수길에 가기로 했다. 뇨끼 먹으러 갈까 스페인 클럽 갈까 하다가, 후자로 결정했다. 나는 스페인클럽 첫 방문!

 

스페인클럽 메뉴는 에피타이저/요리/빠에야 등으로 크게 나눠진 것 같은데, 우리는 미트볼이랑 먹물 빠에야(셰프 추천이 찍혀 있었다)를 시키고 마지막에 메론+하몽도 시켜보았다. 술은 레드와인에 스프라이트였나? 여튼 친구가 이게 샹그리아보다 맛있다고 그래서 홀랑 시켜봤다. 

 

가볍고 맛있어서 좋았다. 좀 더 벌컥벌컥 마실 걸 친구 두 잔 마실 때 나는 한 잔 밖에 못 먹었다네. 술을 안 하기는 아쉬울 때 부담 없이 한 잔 하기 좋다. 그야말로 반주하기 딱 좋은 느낌. 

 

 

아니 미트볼이 거기서 거기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엄청 맛있었다. 누린내 하나도 없고, 안이 뻑뻑하지도 않고, 소스도 크게 짜지 않고 좋았다. 소스가 정말 좋아서 빵 찍어먹으려고 추가를 했는데, 소스가 그리 많지는 않아서 기다리다가 다 먹어버렸다. 알고 보니 빵 주문이 안 들어갔더라고..

 

빠에야는 메뉴판에도 써 있긴 한데, 주문하면 한 3~40분은 걸려야 나온다. 먹고 싶다면 미리 주문넣어놓고 가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우리는 뭐 어차피 수다 떨면서 기다리면 되니까 미트볼을 미리 먹으면서 기다렸다. 셰프 추천메뉴라서 고른 먹물 빠에야 비주얼 진짜 새카맣고 공격적이지 않은지? 우리 입에는 살짝 짜긴 했는데 그래도 괜찮았다. 그저 까맣기만 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긴 하지만, 안에 파프리카와 각종 재료들이 생각보다 알차게 들어가 있어서 든든하게 배가 찬다. 우리가 먹는 양이 많지는 않은 편이라 좀 남겼는데, 양 많은 분들이라면 둘이 가서 하나 시켜도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저게 그릇 크기가 되게 크긴 한데 깊이는 생각보다 되게 얕다. 

 

마무리를 위한 메론과 하몽! 빠에야는 남겼을지라고 디저트는 먹어야했다. 요새 메론이 딱히 철이 아니라 그런가 막 흐드러지게 말랑말랑 달콤하진 않고 괜찮은 정도였다. 하몽 양이 꽤 넉넉하기 때문에 하몽같은 생햄 특유의 비린 맛이나 짠 맛을 완벽하게 커버해서 궁합을 이루기에는 메론의 단맛이 조금 부족했다. 그래도 마무리겸 잘 먹고 나왔다. 

 

빠에야가 당길 때, 사람 수가 많을 때 갈 법 한데 딱히 메뉴가 가격 값은 못한다는 느낌이었다. 

 

 

겨울이 오면 마셔줘야 하는 스벅 핫초코. 늘상 먹는 나의 메뉴 에스프레소 크림 적게 올리고, 두유로 바꾸고 숏 사이즈로. 원래 내가 처음에 봤던 추천 레시피는 에스프레소 크림 + 헤이즐넛 시럽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샌가 내멋대로 바꿔먹고 있었다. 

 

C랑은 한 번 가까이서 지내봐서 그런지 만나기만 하면 맨날 우리 동네친구하자, 가까이 살자 그러는데 진짜 제발 그러고 싶다. 내가 이 동네로 이사 오고 나서는 정말 어느 누구와도 가깝지 않아서 좀 슬프다. 서울/경기도에 안 사는 친구들도 있는데 무던한 건지 워낙 잘 다녀서 그런건지 왠지 나만 우는 소리 하는 것 같긴 하다. 뭐 우는 소리 해도 친구들이랑 가까이 살면 정말 삶의 질이 올라갈 것 같으니까 하는 거다. 해가 갈수록 술과 멀어지게 되는 것 같은데, 맥주 한 잔이든 코코아 한잔이든 놓고 앉아서 편하게 수다 떨고 산책하고 밥 먹고 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아직 우리는 뭐랄까 실질적인 주거 결정권과는 거리가 있는 삶의 단계를 살고 있어서 그런지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우리가 살 수 있는 곳을 실제로 정하고 이동도 할 수 있는 날에는 정말 진지하게 이런 걸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헤어지는 길에 가로수길 걸으면서 되게 귀여운 나무기둥...덮개...? 이거 뭐라그러지 여튼 그런 걸 많이 만났다. 디자인들이 하나같이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게 너무 많던데 뜨개질로 만든 물고기랑 산호가 너무 신기하고 귀여워서 이게 제일 맘에 들어서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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