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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고 싶은 일상

21년 1월의 일기

by EBU_이지 2021.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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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피부 트러블

 

진짜 이놈의 피부 트러블이 계속 낫지를 않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2월 초인데, 아마 피부과 약을 계속 더 먹어야 할 것 같다. 진짜 팩도 열심히 하고 나름 피부에 관심을 주고 있는데 왜 안 낫니 정말이지 알 수가 없다. 

 

줌으로 시크릿산타 모임

 

5인 이상 집합 금지로 인해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줌으로 시크릿산타 모임을 하기로 했다. 점점 친구들과의 줌 모임이 익숙해지고 있다. 선물과 편지는 택배로 부치고. 이름은 다른 걸로 바꾸고, 주소는 흐린 눈하고 모른 척 하다가 줌 모임에서 같이 개봉을 하기로 했다. 이름은 별명으로 하자는 아이디어가 있었어서, 아무도 눈치 못 채게 '붉은머리오목눈이'같은 동물 이름으로 하는 건 어떠냐고 했는데 그냥 비웃음만 샀다. 근데 택배가 서로의 집으로 속속 도착하는 와중, 나 말고 다른 친구가 이름을 붉은머리오목눈이로 해서 보내는 바람에 친구들이 다 그걸 나라고 추론파티를 벌여서 또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나는 이미 예를 든 이름 말고 완전히 다르면서 받는 친구가 피식 웃을 수 있는 이름을 짓고 싶어서 열심히 고민하다가 '분무기'를 골랐는데, 웃기기는 실패했다. 그냥.. 보내주시는 우체국 직원분만 이름이 이상하다고 하셨다. 

 

나는 친구 C의 시크릿산타였고, C가 받고 싶은 품목을 따로 정해주지 않아서 유리컵과 머들러를 골라 보냈다. 다행히도 아이디어가 빨리 떠올랐어서 고르는 게 재미가 있었다. 직접 받아보니 사이즈는 생각보다 살짝 작았는데 꽤 튼튼하고 모양도 예뻤어서 나도 주문할 걸 그랬나 싶었다. 친구가 마음에 들어한 것 같아서 기분이 정말 정말 좋았다. 우리 친구들 모임은 너무나 안정적으로 오래 이어져오고 있고, 생일 시스템도 나름의 체계가 (ㅋㅋㅋㅋ) 있다. 그래서 뭘 받고 싶은지 아무런 정보 없이 선물을 고르는 게 좀 오랜만이었는데 고르는 재미와 기쁨이 이런것이었지 새삼 느꼈다. 

 

나는 사무실에서 쓴 담요를 받고싶다고 했었다. 친구 R이 굉장히 귀여운 아이보리색 바탕에 체리무늬가 있는 담요를 선물해주었다. R이랑 같이 태국에 갔을 때 한창 체리모양에 푹 빠져 있었는데 그걸 생각했던 것 같아서 괜히 더 좋았다. 

 

이후에 사무실에서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이 날은 그리고 H가 말한 시크릿히틀러라는 게임도 같이 했다. 온라인 모임이다보니 처음에 룰 익히기가 조금 어려워서 애먹었지만 첫판을 해보고 나니까 두번째 판은 확실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거진 마피아랑 비슷한 게임인데 마피아 무리가 좀 더 실질적으로 협동을 해야 하고 눈치고 많이 봐야 했다. 여러 버전이 있는 모양인데 우리가 한 시크릿히틀러라는 타이틀에서는 마피아측이 히틀러-파시스트당으로 불린다. 그래서 게임을 하면서 너 파시스트지! 라고 서로 싸우게 되는데 그냥... 파시스트라고 의심하는 것 자체가 어감이 좀 웃겼다. 

 

디스커버리 시즌3, 힐다, 카르멘 샌디에고 

 

내가 사랑하던 이 시리즈들 다 봐 버렸다. 디스커버리 시즌4는 나온다고 하지만, 매주 챙겨보던 걸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울 수밖에 없다. 디스커버리 리뷰 쓰고 싶은데 이것도 "아 좋다 한 번 좀 봐봐요 너무 좋다니까!" 정도의 표현 이상으로 잘 정리되지가 않아서 쭉 미루는 중이다.

 

카르멘 샌디에고도 완결이 났다. 파이널 시즌인 줄 모르고 시작했는데, 시즌 마지막화의 급격한 전개를 보고 어어어 이거 완결이야? 하고 당황하다가 진짜 완결이어서 마음의 준비를 못하고 엔딩을 맞는 바람에 너무너무 아쉽고 서운했다. 좋은 엔딩이었지만 마지막화를 무비로 좀 길게 내줬어도 좋았을 걸 싶다. 갑자기 너무 빠른 전개가 이루어져서 약간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모든 게 이루어진 느낌이 있어 아쉬웠다. 한 화정도 분량이라도 좀 길게 잡아주지! 너무 재미있게 본 애니메이션이라 마음이 아프다. 교육용 애니메이션이라 그럴지? 빌런들의 삽질이나 어리석은 장면들을 다소 유치하게 묘사하는 순간들과 일본 문화와 닌자를 너무나 일차원적으로 그려놓았다는 것 정도만 제외하면 카르멘 샌디에고는 킬링타임용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작화도 정말 좋다. 이미 블로그에도 한 차례 리뷰를 쓴 적 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을 찾는다면 정말 추천이다.  

 

카샌의 엔딩으로 아픈 마음을 달래려고 힐다를 시작해서 어느새 다 보았다. 이것도 따로 리뷰 써야지. 힐다도 시즌3가 나온다고 하니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야겠다. 

 

 

친구 K의 결혼

 

작년 여름 쯤, 날짜는 아직 안 가르쳐준 상태로 결혼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다고 했던 친구 K가 1월에 결혼을 했다. 워낙 오래 만났어서 둘이 결혼 언젠가 하겠지 싶었다. K는 지금 꾸준히 연락하고 있는 친구들 중 가장 오래된 친구이다.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 되어서 급격하게 친해진 케이스다.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친구여서 날짜를 보고 결혼식에 꼭 가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이야 당연히 여러 군데 가 보았지만 뭐랄까... 동갑 친구 중 내가 친밀함을 느끼는 친구 중에는 처음 있는 결혼이라 생각이 좀 많아졌다. 올 여름에는 정말 가까운 친구가 결혼을 하기도 하고 해서 1월에는 결혼과, 결혼하는 친구들 생각을 좀 많이 했던 것 같다. 아무튼 처음이라고 해도 딱히 복잡한 심경을 느끼지 않고 가서 웨딩드레스 입은 예쁜 모습 보고 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결혼식장에 갔다.

 

근데! 신부대기실에 가서 줄을 서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예쁜 모습에 기분만 좋았는데 사진을 찍으려고 친구 옆에 다가가 앉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진짜 세상에 그런 주책이 따로 없을 수가. 이후에도 계속 생각을 해봤는데 눈물이 왜 터진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친구가 반짝반짝 글리터인지 뭔지 여튼 굉장히 반짝거리는 풍성한 드레스에 귀여운 티아라를 쓰고 있는데 그냥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예뻐보였던 것 같다. 다행히 줄줄 울지는 않았고 그냥 소매로 눈물 좀 찍고 사진을 같이 찍었다. 이렇게 알 수 없는 감정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그 때 생리 전도 아니였고 막 민감하고 예민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그랬다. 친구의 인생에서 아름답고 행복한 날을 목격한 기분이라서 그랬을까? 아련하거나 뭐 그런 감정은 전혀 없었는데. 진짜 그냥 친구의 예쁜 모습이 좋아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그게 지금 내가 생각하는 가장 정답에 가까운 눈물의 이유다. 

 

 

1월에 별 일 없었지 싶어서 한 글에 다 밀어넣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쓸 말이 많네? 역시 일기 써둬야 한다고 다시 느꼈다. 한 달도 안 지났는데 벌써 무슨 일이 있었는지 죄다 까먹는 게 웃기다. 이거 쓸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벌써 아깝게 다 잊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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