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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고 싶은 일상

201014 이태리재에서 점심, 평일 경복궁 산책

by EBU_이지 2020.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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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서울숲 소풍을 갔을 때, 14일에 휴가 내고 소풍갈 수 있냐는 말을 들었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콜 했다. 휴가 쓰고 싶어서... H 콧바람 쐬기 프로젝트였는데, 첫 목적지는 남이섬이었고 친구들도 몇 명 더 있었으나 다들 갑작스레 일이 생기는 바람에 결국 H와 나 둘이서 서촌에서 가볍게 만나기로 했다. 단톡방에서 일정을 정하고 있으려니까 친구들이 막 맛집을 추천해줬다. 무슨 맛집 자판기들이다. 추천해준거 전부 내 지도에 별표해놨다. 다 엄청 맛있어보였는데 서촌이 산책하기가 제일 좋아보여서 이 근처의 이태리재를 가 보기로 했다.

 

1. 이태리재

 

가자고 하고보니 미쉐린가이드에 오른 식당이었다. 안 그래도 너무 맛있어보여서 기대가 됐는데 더욱 기대가 차올랐다. 코로나 때문에 각 잡고 맛있는 거 먹으러 나오는 횟수가 잦지 않다보니 이런 외식의 기회가 모두 너무나 소중하여...

 

서촌에 있는 곳답게 외관은 한옥같이 되어 있었다. 테이블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고, 갯수도 많지 않았다. 식당 내부 자체가 넓지 않아서 아마 주말에 오려면 예약을 필수로 해야할 듯 싶다. 우리는 평일에 갔는데도 예약을 미리 하고 가긴 했다. 

 

 

챙겨서 찍어본 메뉴판! 우리는 아란치니 하나에 트러플 크림 뇨끼, 문어 라구 파스타를 시켰다. 

 

 

 

식전빵이 나왔는데 또 안 찍고 덥석 먹었다. 안은 부드럽고 바깥쪽은 단단한 빵이었다. 찍어먹으면서 다음 메뉴를 기다렸다. 

 

아란치니 정말 맛있다. 후기에 아란치니가 맛있다기에 뭐 하나 시켜보지 싶은 마음으로 주문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아란치니 다른 데 두 곳 정도에서밖에 안 먹어보긴 했는데 먹어본 아란치니중에 제일로 맛있었다.

 

 

문어 라구 파스타. 면이 얇고 양념이 싹 배어든 것이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신기한 게 문어에서 불맛이 나서 처음엔 무슨 고기를 씹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 문어 때문에 가격이 좀 나가는 것 같은데, 문어가 정말 잘 요리되긴 했지만 나는 문어 자체를 아주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다음에는 가격대를 고려해 다른 파스타를 시켜볼 것 같다. 그치만 처음 방문해서 먹어보기엔 정말 좋았고 레스토랑에 대한 좋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뇨끼와 라구 소스 파스타를 같이 먹기도 좋았어서 무척 만족스러웠다. 

 

아, 그리고 여기는 메뉴 하나 먹을 때마다 접시를 새 것으로 갈아주신다. 소스가 서로 다르게 계속 묻는데 갈아주시니 무척 편했다. 

 

대망의 뇨끼! 라구 파스타와 같이 먹고 싶었는데 파스타를 거의 다 먹어갈 때쯤까지 나오지 않아서 애가 탔다. 맛은 정말... 너무 좋았다. 크림소스도 국물 따로 떠먹어도 될 만큼 느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았다. 소스를 뇨끼 위에 얹어서 먹기도 했다. 뇨끼 정말 좋아하는데 여기 뇨끼도 정말 맛있었다. 쫀득하고 부드럽고 감자 맛도 살짝 나고 하... 이 식당에 다시 온다면 아란치니와 뇨끼는 꼭 다시 먹을 거다. 뇨끼 맛집 도장깨기 하고 싶은데 여기는 매우매우 만족!

 

먹고 나와서 경복궁으로 가는 길에 만난 조형물. 

강아지를 위한 조형물이니 사람은 올라가지 말라는 뜻이다. 너무 귀여워.

고양이를 기르는 H는 나한테 반려동물 기를 생각이 없냐고 했는데, 나는 강아지 고양이 모두 정말 좋아하지만 딱히 기를 생각은 없다고 했다. 나는 나 하나 책임지기도 아직 어려운데 오로지 내가 책임져야 하는 생명 하나를 들이기에는 아직 너무 무섭다. 앞으로 이 책임감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H는 본인도 어려서부터 고양이랑 살아서 동물이랑 사는 게 습관이 되어서 그 책임감이 딱히 무겁지 않게 느껴지는데, 성인이 되어서 동물을 처음 입양하려고 하게 되면 그런 생각이 들 것 같다고 해주었다. 그러게, 가족과 어렸을 때부터 함께 길렀으면 그럴 것 같다. 

 

 

2. 경복궁 산책

 

정말 오랜만에 궁 산책을 하러 왔다. 생각해보니 H와는 궁에 놀러온 적이 꽤 있는 것 같았다. 꼭 경복궁이 아니고 다른 쪽이라도? 대학교 신입생 쯔음에는 궁에서 하는 전시 같은 것도 같이 보러 왔던 것 같고. 여튼 구름은 좀 꼈지만 선선한 날씨와 함께 궁 안을 쭉 걷기로 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한복을 대여해 입고 놀러 나온 분들을 많이 마주쳤다. 그런 분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조금 들떴다. 

 

사진은 딱히 찍지 않았는데 걸으면서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다. H가 요새 식물과 정원 관련된 일을 배우고 있어서인지 더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근데 그거랑 별개로도, 평소에는 이 나무가 참 크네 신기하네 정도에서 그치고 입 밖으로 이런 말을 내지는 않았는데 요새는 그냥 이런 나무 얘기를 하게 된다. 나무 줄기가 어떠니, 모양이 어떠니, 얼마나 오래 됐을까 등등. 감성이 변한다는 게 이런 걸까. 얼마 전에 <랩 걸>을 읽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무 한 그루가 오래 생존하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져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걸으면서 청설모도 만나고 다람쥐도 만났고, 사람을 딱히 경계하지 않는 까치와 비둘기도 만났다. 비둘기도 도심 비둘기와 달리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았다. 궁 안팎의 그림과 동물들이 너무 다른 것 같아서 새삼 신기했다. 궁 안의 동물들은 상대적으로 자연 속에서 평안한 걸까. 

 

좀 걷다 보니 하늘이 파란 부분도 만났다. 우리는 경회루랑 연못이 있는 부분의 궁을 보고 싶었는데, 경회루는 경복궁 판타지인가? 여튼 어떤 행사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고, 다른 한 곳은 다리 공사중이어서 제대로 구경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궁을 걸으며 산책하니 정말 한적하고 좋았다. 외국인들이 오면 고층빌딩 도심 한복판에 궁이 있는게 신기하다고들 하던데, 나도 궁 안을 걸으면서 약간 초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이 땅의 정말 오래된 건물... 여기서 살던 사람들의 흔적이 스마트폰을 쓰는 세대한테까지 전해지다니 새삼 신기했다. 

 

이후에는 카페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H와 나는 둘다 외동이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독립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제 이런 고민을 할 시기인가보다. 나는 경제적 이유로는 딱히 독립할 생각이 없으면서도, 계속 엄마와 함께 살면 엄마로부터 정서적 독립을 하지 못할 것 같고, 영영 엄마 등에 업혀살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 조금 두렵기도 하고 엄마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H는 몇 살에는 독립을 할 거라고 선언을 했다는데, 나는 글쎄 잘 모르겠다. 그냥 엄마와 함께 살면서 제대로 된 성인 구실을 할 방법을 찾아야 할지? 이렇게 게으른 내가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을 좀 차릴 필요가 있다. 

 

아무튼 벼래별 얘기를 하다가 주변의 조그만 소품샵을 구경하러 나왔다. 여기서 H는 색감이 예쁜 수첩을 보고 고민하다가, 앵무새와 호랑이 일러스트 중에 호랑이를 골랐다. 역시 자기는 고양이를 골라야 한다면서... H는 이런 점에서 뭐랄까 '고양이파' 면모를 확실히 가지고 있어서 재미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고양이 사랑을 보면 너무 재밌고 좋아 보인다. 

 

H의 무탈과 회복을 바라며 평일 나들이 일기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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