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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고 싶은 일상

201003 친구들과 서울숲 소풍

by EBU_이지 2020.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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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강릉여행 후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과 함께 서울숲 공원으로 소풍을 가기로 했다. 나눠 먹고 싶은 음식을 조금씩 준비해 오기로 했는데, 나는 뚝섬역 근처 빅토리아 베이커리가 생각나서 조금 먼저 나가 케익을 사가야겠다 마음 먹었다. 준비 전 친구 J가 카페 ㅊa에서 달고나 밀크티가 먹고싶다길래 같이 갈까 싶어 조금 서둘렀다. 일찍 만날 수 있든 없든 간에 그냥 신나서 무작정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새로 산 원피스를 입고 나오니 마음이 더 들떴다. 빅토리아 베이커리에 가서 무화과 케이크, 피칸 브라우니, 라즈베리...뭐였지 어쨌든 바닐라 크림을 얹어주는 케이트를 사서, 카페 ㅊa로 향했다. J는 시간이 빠듯해서 카페로 오지는 못했는데, 대신 내가 밀크티 한잔을 테이크아웃했다. 시간이 무척 넉넉하게 남아서 오랜만에 산책하듯 천천히 걸어 약속한 서울숲 공원의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나는 친구들과 약속장소에서 처음 만나는 순간이 좋다. 오랜 시간을 봤어도 멀리서 통화하며 어디있는지 찾다가 발견하고 손을 흔드는 순간이 참 좋은데, 오늘도 그랬다. 오래 못 봤다고 마음이 쓸데없이 뭉클해져서 진짜 진짜 반가웠다. 

 

날이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아주 화창하지는 않았지만 서늘해서 야외에 오래 나와 있기는 좋았다. J와 내가 가장 먼저 도착해 공원 안으로 들어가 어디에 자리를 피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던 차, 매점에서 음료수를 사고 있었는데 H가 도착했다. 공원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넉넉하게 자리가 남은 잔디밭에 돗자리를 피고 앉았다. 차를 끌고 온 C와 S는 주차가 힘들어서 한참을 기다리다 결국 근처 공영주차장에 세워두고 조금 늦게 도착했다. 

 

맛잇겠지~~

다들 알차게 간식을 사와서 열심히 먹으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늘 모이면 <근황토크>라는 걸 한다. 못 본 동안 깨알같이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서로 공유하는 시간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친구들이 그동안 뭐하고 살았는지 놓치지 않고 듣고 자연스럽게 고민 공유가 되어서 좋다.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친구들은 참 부지런하게 일상 속에서 취미도 찾고 사람도 챙기고 공부도 해가면서 사는 것 같다. 나는 요새 너무 무의욕이라 근황토크 때마다 별로 할 얘기가 없고 쓰잘데기 없는 고민만 늘었었다. 나 스스로도 이게 잘못된 고민이라는 걸 알아서 크게 파고들지도 않았고, 친구들에게 털어놓을 생각도 없으면서도 막 땅만 파고 있었는데... 막 두서없이라도 늘어놓은 것에 친구들이 너무 진지하게 들어주어서.. 새삼 엄청 감동했고 이야기하길 잘했다 싶었다. 친구들에게 털어놓으니 별 거 아닌 것에도 갈피를 못 잡고 있었던 것이 간단명료하게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새로운 경험을 시작하는 친구도 있고, 마음고생에 몸이 아픈 친구도 있고...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늘 생각하지만 친구들의 일상을 응원하고 싶다. 더 자주 만나서 자세히 이야기를 들으면 좋을텐데 싶었다. 헤어지면서 평일에 당일치기 여행갈 수 있냐는 말이 나왔는데, 스케줄을 봐서 휴가를 낼 수 있으면 내려고 한다. 친구들을 만나서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눈 것만으로 우울감이 덜어지고 혼자서는 충전할 수 없는 무언가를 다시 채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늘은 서울숲이라는 장소보다 그냥 돗자리 펴고 누워 이야기 나눈 시간이 중요했던 거라 사진도 없네. 여튼 애정을 가득 충전한 하루였다. 이 에너지를 가지고 또 한동안 잘 살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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