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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고 싶은 일상

201016 마포 서울가든호텔에서 급작스런 호캉스

by EBU_이지 2020.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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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까지가 기한이었던 호텔 숙박권이 생각나서 정말 부랴부랴 예약을 했다. 목요일에 야근하면서 예약 넣고 금요일에 바로 1박2일 하러 가기. 엄마가 엄청 웃겨했는데 그래도 이왕 생긴 숙박권 쓰는 게 당연히 좋으니까. 아쉬운 건 코로나 때문에 조식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갑자기 결정한 덕에 금요일 저녁에 엄마랑 뭐 먹을지, 조식이 없으니 다음날 아침은 뭐 먹을지 내내 검색하면서 퇴근을 했다. 생각해보니 엄마랑 첫 호캉스니까 좀 얼렁뚱땅이긴 해도 재미난 추억을 만들고 싶었어서 더 신경을 쓰게 됐다. 

 

퇴근 후 냅다 택시를 타고 공덕역에 도착했다. 내가 생각했던 저녁 메뉴는 닥터로빈이었다. 엄마가 단호박을 좋아하셔서 분명히 여기 단호박 스프를 엄청 좋아하실 것 같았다. 근데 내가 엄청 바빴던 바람에 미처 저녁에 예약을 넣어두지 못했다. 혹시나 닥터로빈 위치를 못 찾을까봐 역 앞에서 기다렸더니, 조금 더 늦게 도착한 엄마와 함께 닥터로빈에 가니 웨이팅이 무려 9팀이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단 체크인부터 하자 싶어서 호텔로 걸었다. 

 

서울 가든호텔

 

스탠다드 트윈룸으로 예약해 들어왔다. 방은 아주 깔끔했고 침대도 아늑하니 좋았다. 

 

 

 

 

들어와서 요기요를 켜보니 닥터로빈에서 배달 주문이 되길래 냉큼 그냥 시켜먹기로 했다. 귀찮지도 않고 기다릴 필요도 없고 심지어 코로나 걱정도 덜 해도 되니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단호박 크림스프와 해산물 토마토 파스타를 시키고 뒹굴거리며 즐겁게 기다렸다. 

 

 

티비부터 켠 엄마

 

 

닥터로빈 도착! 스프와 단호박은 따로 담아 주더라. 그래서 스프를 단호박에 따라 먹으면 된다. 거리가 가까워서 메뉴가 둘 다 따끈따끈하게 와서 그냥 식당에서 먹는 맛이랑 똑같았다. 역시 예상대로 엄마가 단호박 스프를 너무 좋아하셨다! 거의 계속 그것만 드시고 속도 열심히 파드셔서 기분이 최고 좋았다. 근데 진짜 이거 너무 맛있긴 하다. 콩으로 만든 거라 그런가 질리지도 느끼하지도 않고 속도 편안하다. 

 

나는 스프 중에는 양송이 스프를 제일 좋아하고 단호박은 딱히 선호하지 않는데도, 현재까지 알고 있는 최고의 스프 메뉴다. 게다가 말했듯이 이게 크림이 콩으로 만든 거라 비건 메뉴이기도 하다. 강력하게 추천하는 메뉴! 가끔씩 먹고 싶어서 생각나는 정도다. 파스타는 그냥 딱 무난한 정도의 맛이다. 스프가 다 했으니 되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엄마랑 나는 이불 속으로 폭 들어가 누웠다. 엄마는 10시부터 하는 사랑의 콜센터를 보겠다고 누우셨는데 나는 옆 침대에서 이불 속에 폭 파묻혀있다가 10시도 안 되어서 까무룩 잠이 들어 버렸다. 그 이후에 잠깐 깨서 보니 엄마도 자고 계셨다 ㅋㅋㅋㅋㅋㅋ 호캉스 와서 정말 잠만 잔 사람들 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렇게 일찍 자고 나니 둘 다 일곱시 반 쯤 일어났다. 나는 중간에 깨서 한참을 못 잤지만 여튼. 요새 자꾸 일찍 잠드는데 중간에 깨서 잠에 못 들 때가 꽤 있다. 왜 그런지... 여튼 일찍 깨서 수다를 떨다가 차례로 씻고 아침 메뉴를 시키기로 한 수퍼(SOUPER)가 영업을 시작하는 10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시킨 송이송이 트러플 비스크, 베이컨 가지 샌드위치와 엘더플라워 에이드. 

 

 

 

 

포장을 매우 꼼꼼하게 해주셨다. 수프에 들어가는 트러플 오일은 따로 용기에 담아주셨는데 기호에 따라 양을 조절해서 넣어 먹으면 될 것 같다. 수프는 되직하지 않고 물 같아서 호로록 마셔도 될 정도이다. 그렇다고 맛이 연한 건 아니고, 오일까지 더하면 향이 아주 풍부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근데 어제 저녁에 단호박 스프를 먹는 바람에... 감동이 아주 크지는 않았다.

 

나는 샌드위치가 정말 맛있었다. 내용물이 크게 특별하거나 한 게 아닌데도, 번잡하지 않게 딱 먹기 좋을만큼 속이 든 것도 좋았고, 빵도 쫄깃해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엄마와 나는 아침을 많이 먹지 않아서 샌드위치 하나를 시켜 반으로 나눠 먹었는데 약간 아쉬울 정도로 정말 잘 먹었다. 엘더플라워 에이드도 처음엔 음료에서 꽃향이 나는 게 약간 생소했는데, 끝맛이 에이드답지 않게 찝찝하지 않고 정말 산뜻해서 입가심하기가 좋았다. 

 

잘 먹고도 시간이 남아서 엄마랑 또 셀카도 실컷 찍고 체크아웃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나왔다. 나만 좋고 엄마는 혹시나 귀찮지는 않았을까 의미 없다고 생각하진 않았을까 했는데, 나의 세뇌 덕분인지 뭔지 엄마도 나중에는 꽤 재밌게 느끼신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얼렁뚱땅 얼레벌레 엄마랑 첫 호캉스를 보내게 되었는데 나중에는 정말 푹 쉬러 같이 호캉스 가고 싶다. 입사한 해 하고 싶던 위시리스트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약간 반쪽처럼 해보게 될 줄은 몰랐다. 쨌든 숙박권 덕에 오랜만에 엄마랑 재미난 추억을 만들게 되어서 무척 좋았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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