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오랜만에 중학교 친구 K를 혜화 브라운 에비뉴에서 만나기로 했다. 즐거웠던 만남만큼 이 장소가 마음에 들어서 기록하려고 한다. 혜화는 우리 집에서 그나마 제일 가까운 번화가/맛집보유지역이기 때문에 이 발견이 나에게는 무척 소중하다. 처음 갈 때는 약간 헤맸는데, 로터리 골목에서 들어와 아파트 단지로 향하는 골목 전의 길로 들어오면 발견할 수 있다.
이 곳의 메뉴는 아주 다양하다거나 개성이 강하다거나 한 건 아니다. 새로운 맛을 기대할 수 있다기보다는, 뭔가 알 것 같은 맛을 보다 만족스럽게 뽑아내는 곳 같은 느낌이다. 나에게 가장 크게 와닿은 장점은 브런치가 무척 깔끔하고 담백하다는 것이다. 딱히 맛없게 느껴지는 건강한 맛이 아니라 풍성하고 신선한 느낌으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꽤 맘에 들어서 K와 식사를 한 이후로 일주일 만에 엄마와도 다녀왔다. 두 번 다 11시 반 정도에 맞춰 갔는데, 우리가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이 오기 시작해서 웨이팅 없이 즐기고 싶다면 예약을 하거나 조금 일찍 방문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일요일은 휴무이다.


브라운 에비뉴의 느낌은 이렇다. 공간이 아주 크지는 않은데, 테이블의 간격이 넓어서 가장 큰 테이블에 다른 일행과 붙어 앉게 되지만 않는다면 다른 테이블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요새같이 외식 한 번도 신경쓰이는 때는 더욱이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식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입구에는 손 소독제도 비치되어 있다.
대망의 메뉴. 첫 방문에서는 둘 다 배가 고팠기 때문에 혹시라도 배가 차지 않을까 싶어 가장 풍성해보이는 메뉴인 브런치 어번던트와 클래식 브런치를 시켰다. 그동안 블로그 습관이 사라져서 메뉴판 찍을 생각은 차마 못해 아쉽다.


브런치 어번던트는 약간 단단한 곡물빵에 수란이 올라가 있고, 아보카도가 같이 나온다. 아보카도와 같이 즐길 수 있는 브런치라는 점이 마음에 들고, 클래식 브런치와 비교해보면 보다 담백한 구성처럼 보인다. 클래식 브런치에는 프렌치 토스트가 나오는데, 이 토스트가 구름처럼 포근포근하니 부드럽고 달달하다. 토스트와 소시지, 베이컨 등 구성요소 모두가 기름에 쩌들어있지 않은 점이 무척 맘에 든다. 딱 알맞은 정도의 기름기 찾기가 은근 어려운데, 아주 만족스럽다.

두번째 방문에서는 엄마의 의견을 반영해 클래식 브런치와 루꼴라 토마토 치즈 파니니를 시켰다. 파니니는 메뉴판에 강조 스티커가 붙어 있어서 주문해보았는데 아주아주 만족스러웠다. 겉의 바삭한 빵에는 견과류가 들어있고, 꿀이 살짝 뿌려져 있어서 달달하다. 별다른 구성은 아니지만 안에는 루꼴라가 풍성하게 들어가 있고, 토마토와 치즈 모두 조화로워서 매우 맛있었다. 강조하지만 찌들지 않은 신선하고 풍성한 맛! 크기도 매우 크다. 나는 먹어본 세 개의 메뉴중에 이 파니니가 가장 좋았다.
사진에 보이는 음료는 '오늘의 그린 주스'이다. 요거트+케일+사과+바나나 조합인데, 달달한 브런치와 함께 하기 딱 좋다. 나는 과일주스 등에 케일이 들어가면 아무래도 야채맛이 너무 나는 것 같아 선호하지 않는데, 이 주스에는 케일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맛이 튀지 않아서 신기했다. 마음에 들어서 두 번의 방문 다 이걸 시켰다. 엄마는 차가운 아인슈페너를 드셨는데, 얘도 크림이 달달하고 부드러워 맛있게 드셨다.
이외에도 주말 메뉴이면서 인기가 많아 보이는 연어아보카도 샐러드와, 식사메뉴 위주로 먹느라 못 시킨 아이스크림 와플도 먹어보고 싶다. 친구도 그렇고, 엄마도 무척 만족스러워 하셔서 두 번의 방문 모두 기분이 좋았다. 말했다시피 집에서 비교적 멀지 않아 엄마와는 이따금씩 주말 브런치를 하러 찾아오고 싶다.
여기에 더해, 친구와 방문했을 때는 브라운에비뉴에서 식사를 하고 근처에 있는 해마 티룸으로 향했다. 해마 티룸은 종종 찾는 곳인데, 특히 겨울에 따뜻한 차를 시키면 티팟 채로 제공해주시기 때문에 티를 오랫동안 따뜻한 상태로 즐길 수 있다. 나는 티팟으로 마셔본 적도 없고, 티팟의 온도 유지를 위한 커버도 처음 봤어서 처음 방문했을 때 무척 인상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요번에는 처음으로 티를 차갑게 주문해보았는데, 얼음을 담은 컵 외에 얼음이 녹으면서 차의 농도가 묽어질 때 넣으라고 별도로 조그만 컵의 분량을 더 주셨다.
해마 티룸에서는 다양한 티와 함께 조각케익이나 다쿠아즈 등을 함께 판다. 여기도 제대로 소개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사진을 하나도 찍지 못했고 음료의 사진조차 제대로 찍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

여기서 기록하고 싶은 것은 "오렌지 아이스크림"이라는 이름을 가진 티이다. 이름도 독특하고 차갑게 먹으면 더 맛있다는 설명을 보고 호기심에 주문했다. 나도 차를 자주 다양하게 마시는 편이 아니라 티라는 게 보통 맛이 강하다고 해도 뭐랄까 향이 더 풍부한 정도이지 맛이 진하다고는 딱히 느낀 적이 없는데, 이 티는 일반적인 티보다 더 '맛'이 느껴지고 달달했다. 그렇다고 당연히 다른 과일 음료처럼 달거나 텁텁하지는 않았다. 밀크티를 시킨 친구의 말이, "밀크티보다 맛있는 차는 처음이다"라고 했는데 정말 그 말에 동의한다. 달달한 맛이 첨가된 밀크티보다 맛있게 느껴지는 정도였다. 그동안 마셔봤던 차 중에 가장 마음에 들어서 진지하게 구매를 생각해보고 있다. 검색해보니 티백으로 말고 찻잎으로만 팔아서 약간 망설여지는데 정말 맛있었어서 우려다가 사무실에서 홀짝이고 싶어졌다. 미래의 나를 위해 일단 구매링크를 남겨둔다. 티와 친근하지 않은 분이라도 한 번 마셔보고 싶다면 매우 추천한다.
Orang Ice Cream (오렌지 크림 후르츠티) 80g 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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