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오래 전 예약해둔 뇨끼바를 가는 날이었다! 예전에 뇨끼가 너무 좋다고 노래를 부른 적이 있는데 친구 R이 이런 곳을 발견해서 가자고 거의 한 달 전쯤에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퇴근하고 R, C와 함께 뇨끼바를 방문했다. 양이 좀 적은 편이라 대충 먹고 이자카야로 가서 맥주 마시면서 배를 좀 채우자고 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배부르게 먹었다.
내부는 밝은 분위기로 깔끔했다. 특징이 있다면 원테이블 레스토랑이라 옆 사람들과의 거리가 딱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거리가 보장되는 것보다 좋진 않지만 여자 손님들이 대부분이라 그런지 딱히 신경 쓰이지 않았던 것 같다. 내부가 조명도 그렇고 예뻐서 다들 서로가 걸리지 않게 신경 쓰며 셀카를 열심히 찍었다. R도 오늘 새 프사를 건져간다는 다짐으로 와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메뉴는 아래 사진과 같다. 우리는 뇨끼 중 두번째, 세번째에 써있는 치즈 뇨끼와 단호박 크림 뇨끼, 그리고 매콤한 토마토 라구 파스타를 시켰다. 와인칵테일도 시켰는데 나는 애플을 선택했다. 크랜배리는 왠지 신 맛이 날 것 같아서 좀 피하게 된다. 나는 신 맛을 잘 먹는 편이 아니다.

이미 한 번 와 본 R이 치즈 뇨끼를 강력 추천했고, 나도 세 개 메뉴 중에 치즈 뇨끼를 가장 맛있게 먹었다. 뇨끼도 식당마다 식감이나 소스나 등등의 요소에 따라서 맛도 그에 따른 만족감도 천차만별인데 내가 뇨끼를 먹으면서 찾는 맛이 완벽하게 들어가 있어서 정말이지 만족스러웠다. 왜, 이전에 꾸덕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고소한 크림파스타를 찾았던 것처럼 나는 뇨끼도 꼭 원하는 맛이 있다. 뇨끼는 적당히 쫀득하면서 또 너무 떡같지 않고 흐물하지도 않되 소스도 느끼하지 않지만 매우 풍족한 맛이 나면 좋겠다는 것이다! 솔직히 누구나 그렇지 않나? 내가 보통에 비해 느끼함에 대한 역치가 더 낮기는 하다. 아무튼, 뇨끼가 먹고 싶으면 자연스레 이 곳이 다시 생각날 것 같다.
같이 시킨 토마토 파스타는 약간 매콤한 느낌이 있어서 치즈 뇨끼와의 궁합이 정말 좋았다. 면 두께도 좀 두꺼워서 일반적인 느낌도 덜하고 딱히 늘 먹던 그런 메뉴의 진부함은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단호박 뇨끼는 나한테는 좀 달았다. 그 피자 도우에 들어가는 단호박맛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입맛에 따라 만족스러울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나한테는 좀 물리는 맛이었다.
뇨끼의 크기는 평균적이라고 느껴졌고 전반적으로 조랭이떡처럼 쫄깃하기보다는 야들야들한 식감이었다. 재방문 의사 당연히 있고 무조건 또 올 것이다.



R이 양이 좀 적다고 해서 여기서는 뇨끼를 먹고 이자카야로 옮겨서 김치볶음밥이나 먹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R이 이전에 방문했을 때는 좀 적게 주문한 탓도 있었고, 나와 같이 방문한 친구들도 먹는 양이 딱히 많은 친구들은 아니라 그런지 배부르게 잘 먹었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김치볶음밥은 거의 못 먹었다.
이자카야로는 카카오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무슨 이벤트였는지 큰 밴같은 게 와서 정말 편안하게 이동했다. 와중에 나는 고등학교 때, 대학교 초반까지는 이렇게까지 골골거리는 애가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빌빌대는지에 대해서 얘기했다. 우리 고등학교 때 돌았던 신종플루 얘기도 좀 하고. 나는 겁이 많아서 왜 우리 학교는 휴교를 안하는지 늘 불만이었고, 기숙사에서 몇 시만 되면 다 같이 모여서 열 재고 했던 것도 기억난다. 자기도 플루 걸려서 집 가고 싶다고 확진 되어 집으로 떠난 친구들 책상에 부비다가 진짜 걸린 친구도 있었고. 또 이마가 아니라 귓속온도로 재던 시절 이 점을 십분 활용해 면봉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귀에 쑤셔가지고 체온이 엄청나게 높게 나온 애가 있다더라 하는 소문도 있었다. 정말이지... 십대란...
이자카야에서는 정말 생소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그 때 술을 마셔서 그런지 좀 드라마틱하게 반응했던 것 같기도 하고. C랑 같이 이 감정에 대해 열심히 얘기를 나눠봤는데 참 명확하면서도 정리가 잘 안 되는 기분이다. 물론 아직도 무척 생소하고, 이제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아직 먼 이야기인 것 같다.
아 추가로. 이 날 친구들한테 나 기침하고 코 들이마실 때마다 갈비뼈 쪽이 너무 아프다고 이게 무슨 일이냐고 푸념했는데.. R이 감기 걸려서 기침하다가 갈비뼈에 금이 간 회사 사람 얘기를 해주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릎 볼 겸 정형외과에서 검사를 해봤더니 나도 갈비뼈에 금이 갔더라. 아 진짜 요새 무슨 이런 일이 다 있지 싶다. 엑스레이 상에서는 안 나올 수준이고 초음파 검사를 했더니 나왔다. 당분간 복대하고 다녀야 한다. 생각보다 드문 일은 아니고, 어떤 사람은 양쪽 갈비뼈에 금이 다 갔다니 진짜 왼쪽 갈비뼈만은 사수해서 한 쪽이 얼른 붙기를 기다려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칼슘이랑 비타민 D를 열심히 섭취 중이다. 정말이지 작년 말부터 인생에서 한 번도 없던 독감이며, 무릎 인대며 갈비뼈며, 뭐 첫번째인 일 투성이고 끊임 없는 몸의 잔고장에 시달리는 중이다. 모든 게 얼른 끝나고 다시 멀쩡하고 건강한 컨디션이 돌아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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