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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고 싶은 일상

200418 소비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by EBU_이지 2020.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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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이지 이상하고 짜증났는데 돌이켜보니 좀 웃긴 날이었다. 오늘은 요새 내가 계획하고 있는 소비를 모두 실행에 옮길 수 있을 뻔한 날이었는데, 결과적으로 현재 반쯤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위시리스트

나는 소비를 많이 망설이는 성향이 있어서 꼭 사고싶다고 마음 먹은 것도 끝내 결제를 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데 요새 뚜렷하게 가지고 싶은 것이 생겼는데, 이미 언급한 스위치와 운동화이다. 스위치는 이미 다른 글에서 언급을 했고, 운동화는 진짜로 신을 게 없다. 봄~가을에 신을 수 있는 가벼운 운동화가 필요해졌다. 나는 딱히 신발에 대한 큰 관심이 없는 편이라 마음에 드는, 비교적 무난한 디자인을 사서 내내 그것 하나만 신고 다니는 편이다. 그렇다보니 신발은 기호보다는 필요에 의해 사왔어서, 일단 발에 잘 맞고 편하고 적당히 마음에 들면 그냥 신었다. 그런데! 요번에 어떤 운동화를 사볼까 둘러보다 간만에 너무나 마음에 드는 운동화를 발견하고 말았다. 

 

바로 이것!

이 운동화가 그냥 몹시 몹시 몹시 마음에 들었다. 1) 밝은 색의 운동화가 필요했다. 2) 깔끔하고 포인트로 들어간 은색과 하늘색이 내가 좋아하는 색깔이다. 3) 신발 밑창에 든 저 동글동글 구슬같은 것이 왠지 마음에 든다. 4) 나이키 운동화가 그렇게 편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얘가 딱 나이키다. 이런 사유들로 이 운동화가 끌렸지만, 수요일에 매장에서 처음 보았는데 세일 중도 아닌데다가 가격이 조금 망설여져서 그냥 돌아왔다. 하지만 돌아와서도 어차피 운동화는 필요한 것이고, 간만에 마음에 드는 신발을 만났는데 한 번 사볼까? 하는 마음이 커졌다. 결국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다 지르자! 로 마음을 굳혔다.

 

꼬여버린 소비 계획

그래서 오늘은 위 운동화를 구매하려 했다. 오후쯤 가려고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아침을 먹고 뒹굴고 있던 차에, 요새 스위치 입고 정보를 알기 위해 가입해둔 카페에서 동네 근처 게임샵에 본체가 입고되었다는 소식을 보았다.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후딱 이를 닦고 옷을 챙겨 입고 택시를 탔다. 약간 시간을 지체하긴 했지만 이 정도 속도면 분명히 오늘이야말로 구매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복병을 만나고 말았다. 상냥해 보이시던 택시 기사 아저씨가... 어느 순간 본인 아들래미 자랑에 빠져 운전에 집중을 안 하시고 너무 느긋하게 가시는 것이다. 이미 택시를 타면서 어쩌다 조금 급하게 가야하지만 혹시나 맘에 걸리실까봐 너무 신경은 안 쓰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말을 너무 후회했다. 그냥 빨리 가달라고 할 껄... 나는 초조한 가운데 기사 아저씨가 장가 안 간 본인의 아들래미와 모아둔 본인의 재산 자랑을 들어야 했다. 어쩐지 나이를 물으시고, 곧 결혼해야된다는 말로 화두를 꺼내시더니...한참 자랑을 마치시고는 내 나이와 직장까지 호구조사 하시는데 나중에는 좀 많이 불쾌했다. 와중에 진짜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서는 마감이 되었다는 글이 올라와서 너무 아쉽고 짜증이 났다. 1,2분만 빨랐으면 이 지루한 스위치 구매를 위한 기다림을 끝낼 수 있었을 텐데. 게다가 이렇게 괜찮은 시점에 택시까지 잡아 탄 것은 처음이어서 더 기대했던 것 같다. 

 

그치만! 뭐 백퍼센트 확신했던 것도 아니니 그냥 온 김에 운동화를 구매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게임샵과 운동화를 구매하려던 백화점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매장에 찾아갔다. 그런데, 사고 싶었던 운동화 내 사이즈가 없었다. 전부 품절이라 주문도 힘들다고 했다. 230 사이즈도 헐떡거릴 염려는 없어보였지만 발이 운동화 안에서 약간 돌아다니는 게 느껴졌다. 다른 컬러로 225를 신어보니 딱 맞는 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와중에 신어보니 지금 내가 신고 있던 신발과는 차원이 다르게 푹신하고 편안해서 신발이 더욱 마음에 들어버렸다. 이 운동화를 꼭 사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큰 사이즈를 신고 싶지도 않았다. 겨울도 아니고 양말도 얇게 신을 시기를 위한 신발이니 더욱 그랬다. 

 

나는 이 동네 근처 지점 말고 동대문점 정도에 문의를 해보라는 점원분의 말에 즉시 그렇게 했다. 이왕 나온 거 동대문 정도면 가볼 수 있지. 전화를 해서 재고 문의를 했더니 내가 원하는 색상의 운동화, 내 사이즈가 딱 하나 남아있다고 했다. 나는 신나서 예약을 해두고는 동대문으로 향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매장에 도착해 운동화를 확인해보니, 이런 세상에. 점원 분이 잘못 알아들으셔서 흰색이 아닌 회색 운동화를 준비해두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급하게 점원 분이 내가 원했던 운동화의 재고를 알아보셨지만 역시 품절에 주문 불가. 나는 솔직히 너무 화가 나서 거의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오늘 바래왔던 소비 두 개를 해치울 작정에 신나 있었는데, 왜 내가 간만에 마음 먹은 큰 소비를 내 맘대로 할 수가 없지? 갖고 싶은 것마다 품절일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헛걸음을 하게 된 것도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고. 새 물건들을 구매하고 스트레스도 좀 풀고 싶었는데 이게 그렇게 어려울 일이냐는 말이다. 오늘 아침부터 이리저리 뛰었는데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으니 짜증이 물밀듯 밀려왔다. 게다가 스위치보다도 운동화가 더 구매에 가망이 없어보였다. 그런데 뭐 어쩌겠나 싶어서 그냥 매장을 나왔다. 너무 속상해서 동대문에 간 차에 포장해오려던 쉑쉑도 기운이 빠져 사지 않았다. 집 주위 한 군데 더 전화를 해 보았지만 그 곳도 재고가 없다고 했다. 225 신는 사람들 속상해서 어떻게 사냐! 나이키는 발 작은 사람들도 선택권 좀 보장해 줘라!

 

돌아오며 이 속상한 마음을 트위터에 쏟아냈는데 고맙게도 한 친구가 인터넷링크를 공유해주었다. 역시 225는 아예 선택지에도 없고 230부터 시작했다. 진짜 미련을 버리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문득 인터넷을 뒤져보면 뭐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온라인몰을 거의 전부 뒤졌다. 그러던 차에, 225 사이즈가 두 개! 남았다는 곳을 찾아 바로 결제했다. 솔직히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너무 재고가 없는 사이즈라 결제를 마쳤다고 해도 판매자에게 확인해보니 재고가 없었다는 연락을 받을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남아있다. 구매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품절이라고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것 같다. 에휴. 운동화가 우리집에 도착할 때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오늘 스위치와 운동화 모두 구매하고 싶었지만, 스위치는 아깝게 실패하고 운동화도 주문에는 성공했으나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반 쯤은 성공으로 간주>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아까 오전에는 화딱지가 잔뜩 났는데 이제 보니 좀 황당하고 웃기다. 내가 뭘 갖고 싶다고 이렇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본 건 또 처음인 것 같은데, 딱히 결실히 없어서 더 웃긴 것 같다. 과연 나는 무사히 운동화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

 

+ 업데이트 : 내 사이즈의 운동화를 무사히 받아서 신었다! 소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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