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븐 유니버스는 내가 여태껏 본 드라마/애니메이션(얼마 안 되긴 함) 중에 단연 최고, 단연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여러 방면으로 소개글을 써보고 싶기도 했고, 리뷰를 쓰고 싶기도 했는데 도대체 어떤 주제로 어떻게 써야 할 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왜냐면 정말 다방면으로 아름답고 멋진 작품인데, 줄거리 스케일은 크면서 하나에 10분인 에피소드 내용은 정말 섬세하게 구성되어 있어 그 때 그 때 보면서 감상을 쏟아내는 것 외의 무언가를 쓰기가 어렵게 느껴졌다. 그냥 막 쏟아내고 싶은데 나름 리뷰를 쓰려면 체계를 잡고 써야하다보니 그것도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그러던 와중, 스티븐 유니버스가 완결이 났다. 진짜로 엔딩이 나버렸다. 마지막 시즌까지 정말 너무나 감격스러웠기 때문에 이 마지막 시즌에 대한 이야기라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Steven Universe Future 라는 이름이 붙은 마지막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스티븐 유니버스는 카툰네트워크의 애니메이션으로, 2013년 방영을 시작했다. 총 5개의 시즌과 하나의 영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순서상 보면 1~4시즌, Steven Universe the Movie, 그리고 마지막이 Steven Universe Future 라는 시즌이다. 퓨처가 그냥 시즌5가 아니라 별도로 이름이 붙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야기를 관통하는 굵직한 줄거리는 4에서 마무리가 된다고 봐도 좋다. 정말 납작하게 요약하자면, 스유는 주인공인 스티븐과 젬(Gem)들이 젬 세계에 있어 왔던 계급사회와 엄격한 서열, 규칙 등을 타파하고 모두 자유롭게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세계를 위해 싸우는 과정이 이야기의 큰 줄거리를 구성하고 있다. 내용이 이렇다보니 정상성이나 보편성이 중시되는 사회 속에서 소외되고 배제되었던 이들, 사회에서 주인공으로 다루지 않았던 이들이 스토리의 전면에 나선다. 또한 제작진들이 이러한 인물들 하나하나에 큰 애정을 담아 섬세하게 그려낸 것이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쓰니까 너무 딱딱하게 느껴지는데 정말 너무나 흥미로운 세계관이라서 젬 세계 이야기가 점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그저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 진짜 장담하는데 새로운 젬이 하나둘 등장할 때마다 몰입도가 배는 뛴다. 여튼, 시즌 4개를 거치며 이 큰 이야기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다. 그렇다면 시즌 5는 퓨처라는 이름까지 달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퓨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퓨처는 정말 미래, "이야기 이후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늘 어떤 거대한 갈등이 해결된 뒤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더래요" 하는 지루할 수 있지만 늘 바라왔던, 안도가 되는 엔딩과 함께 작품 감상을 마치고는 한다. 이 아름다운 마무리 속에,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길고 긴 시간 자신의 일상을 희생해 갈등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영웅들,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주인공들은 이후로 정말 행복하게 잘 사는지? 혹시나 힘들었던 싸움이 끝나고 후유증이 있지는 않을지? 혹은 그 주인공의 덕을 본 작품 속 다른 이들은 배은망덕하게 결국 이들이 이루어낸 모든 것들을 깽판내고 있지는 않을지? 퓨처에서는 바로 이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이 퓨처라는 시즌이 스티븐유니버스의 섬세함을 완성한다고 생각했다.
퓨처에서는 정말 갈등이 마무리된 이후 찾아온 평화로운 일상과, 싸워온 주인공들이 이후에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주인공인 스티븐은 차마 사춘기도 맞지 못한 시기부터 자신의 존재에 대해 깊이 고민할 여유를 갖지 못한 채, 그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기꺼이 몸과 마음을 내던져 갈등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왔다. 그리고 스티븐과 친구들이 마침내 만들어낸 결과인 잔잔하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이제는 자신이 존재의 목적을 상실한 것만 같아 방황을 하게 된다. 이러한 방황을 스티븐 자신과 친구들이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에 대한 모습이 퓨처라는 시즌에 담겨있다.
마침내 맞은 평화 속에서 즐겁게 새로운 일상을 살게 된 인물들을 보는 것도 정말 행복했지만, 나는 이 시즌을 보며 그동안 정들었던 인물 하나하나가 어떻게 성숙하고 변화했는지를, 그리고 이제야 자신을 돌볼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을 보며 같이 감동하면서도 맘이 아프기도 했다. 시즌을 통째로 할애하여 인물을 하나하나 조명할 시간을 낸 제작진의 아이디어도 정말 좋다고 생각되었다. 대의라는 명분 속에 희생만 강요당한 인물이 없기를, 그저 스토리의 진행을 위해 주변부에 머물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인물이 없기를 생각하면서 애정을 갖고 만든 시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애정이 결국 스티븐 유니버스라는 작품의 큰 메시지와 연결되기도 하고 말이다.
스티븐 유니버스의 감독(갑자기 뭐라고 부르는지를 모르겠다)인 레베카 슈거는 이 애니메이션을 - 정확한 워딩은 아니겠지만 - 자신이 사람들 속의 외계인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바치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나는 정말이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고, 작품이 전하는 상냥한 메시지와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 그냥 뭐랄까 마냥 "착하지만 진부한" 작품이 아니라 이러한 요소를 배제한 채 재미 요소만 봐도 정말 흥미진진하고 매혹적인 세계관을 담은 작품이라서 더욱 추천하고 싶다. 현재 넷플릭스에는 시즌이 두 개만 올라와 있는데, 이런 플랫폼들이 제발 좀 열일해서 내 영업이 먹히게 좀 도와주면 좋겠다. 여튼 나는 어제 스유의 엔딩을 보고 펑펑 울었고... 아직 보내기 싫지만 정말 좋은 엔딩이었기에 마음의 충족감을 얻었다.
이 글 다음에는 스유의 또다른 재미인 작품 속 음악적인 요소와 노래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꼭!
아 참! 스유를 보고 싶다면
1. 넷플릭스에 시즌1,4 가 올라와있다. 왜 이따위인지 모름
2. 왓챠에 1~3이 있다고 들었다.
3. 네이버 팬카페에 전시즌 자막본이 올라와있다 https://m.cafe.naver.com/ca-fe/web/cafes/27567134/articles/1768?fromList=true&menuId=27
즐거운 감상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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