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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느낀 것

작은 것들의 신

by EBU_이지 2020.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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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의 신 표지

 

 

 

갑자기 끌려서 회사 도서관에 신청해 읽기 시작했다. 

 

인도의 6-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한 가족과 그를 둘러싼 많은 인물들을 통해 당시 인도의 사회의 모습을 정말 생생하게 보여준다. 

 

문장이 상당히 길고, 직관적이기보다 은유적이고 약간 시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아서 쉽고 빠르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내용도 가볍지 않은데도 고통스럽기보다 계속 뒤가 궁금해서 순식간에 빠져들게 되는 게 신기했다. 읽는 게 전혀 힘들게 느껴지지 않고 계속 책장을 넘기고 싶은 이야기였다. 인도가 배경이라 처음에는 지명도 인물 이름도 마구 헷갈려서 더 속도가 안 나기도 했는데, 읽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다. 

 

처음에는 익히 들어왔지만 그래도 생경하게 느껴지는 카스트 제도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처참한 수준의 여성 인권 때문에 인도 사회가 정말 고통스러웠겠구나 생각했다. 특히 남편이 아내를 구타하는 것이 굉장히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것으로 보여서 더 그랬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이건 비단 인도 사회를 그려낸 것이 아니고, 인권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옛날이야기가 아니고, 지금도 하나 변한 것 없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결국 어떤 특정한 시대 특정 지역의 모습이 아니라, 지금도 언제 어디서든, 당장이라도 찾을 수 있는 아주 보편적인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책의 가장 절정 부분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이제 시작 단계인, 아직 인정되지 않은 두려움-자연에 대한 문명의 두려움, 여성에 대한 남성의 두려움, 힘없는 자에 대한 힘있는 자의 두려움에서 생겨난 경멸감.

복종시킬수도 신격화할수도 없는 것을 파괴하고 싶다는 잠재적인 남자의 충동."

 

이 구절이 나오는 장면의 분위기와 더불어 정말 가장 마음에 남는 부분이었다. 읽은 뒤 책 뒤에 옮긴이의 말이였나 작가 소개였나 여튼 그 부분을 보니 아룬다티 로이는 본인도, 어머니도 여성운동가였다고 한다. 책은 작가의 그런 면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으면서도 전면에 드러내지 않지만, 그러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욱 날카롭게 인도 사회상을 그려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은 주인공 쌍둥이의 어릴 적, 어린이들의 시선을 바탕으로 전개되는데, 이 점에서도 약자의 시점에서 바라본 사회를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뭐랄까 이 소설은 정말... 인간들의 추악함, 약함,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내면의 아름다움과 강함을 모두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었다. 요새 다소 가볍고 술술 읽히는 책을 위주로 읽고 있었는데, 다시금 호흡이 길고 다소 무게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들도 종종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튼 정말로 추천하는 책. 많이들 읽었으면 좋겠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26196255&start=slayer

작은 것들의 신 (1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1997년 데뷔와 동시에 부커상을 수상한 걸작. 국내에서 과거 한 차례 출간된 바 있으나, 작가가 구사하고 있는 정교한 구성과 치밀한 묘사, 시적인 문체, 언어유희까지 최대한 살려 원작이 지닌 ��

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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