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은 정말이지 정신도 없고 기운차릴 틈도 없이 지나가고야 말았다. 평일을 정신 없이 보내고 주말은 두문불출하며 누워만 있었다. 12월말 이후로 처음 친구와 만난 날이 1월 23일이었다. 아직은 퇴근 후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기가 쪽쪽 빨리는 나날 속에 그래도 있었던 즐거운 날들을 기록하지 않고 넘기기엔 너무 아까워서, 일단 간략하게라도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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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C, S와 사당의 전주전집에 방문해 전과 막걸리를 마구 섭취했다. S는 술을 잘 마시지 않는데 설을 앞두고 기분을 내려고 했었던가 굉장히 오랜만에 막걸리를 조금 같이 마셨다. 전주전집이 맛있다고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앞으로 막걸리 땡기는 날에 종종 방문할 것 같기도 하다. 새우전이랑 깻잎 안에 동그랑땡 속재료 같은 게 들어있는 전이 제일 맛있었다. 전만 나오는 건 아니고 김치찌개도 같이 나오는데, 전이 약간 느끼할 즈음 이 찌개를 먹고 막걸리 마시면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궁합이 좋았다. 막걸리는 세 병을 마셨는데 세 병 다 다른 걸 시켜봤다. 느린 마을, 호랑이 막걸리, 그리고 무슨 옥수수 막걸리를 시켰는데 옥수수는 뭔가 좀 애매한 느낌이었고 내 입맛에는 호랑이가 제일 맛있었다. 셋 중에 제일 가볍고 탄산 맛이 많이 났다. S랑도 말했는데, 막걸리 이름들이 재밌어서 괜히 더 호기심이 가는 것 같다. 그냥 어디어디 막걸리 하면 딱히 인상깊지 않은데 느린 마을, 호랑이 막걸리 하니까 관심이 가서 마셔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블로그 좀 쓴다고 전집에서도 사진을 살짝 찍긴 찍었는데 먹다가 찍어서 그런지 영 느낌이 별로라 사진은 그냥 첨부하지 않기로 한다.
회사 얘기를 많이 해서 영 착잡한 기분이 되었지만 만나면 늘 그렇듯 딱히 우울한 얘기만 하지는 않았다. 진짜 웃겼던 거는 C가 1월에 여행을 가면서 면세점에서 내 선물을 살 거라고 미리 나한테 말해놓고는 그걸 까먹고 서프라이즈로 선물을 준비한 줄 알았다는 거다. 내가 받으면서 "와 완전 까먹고 있었는데!" 하니까 니가 뭘 까먹냐며 당황하던 모습이 너무 웃겼다. C가 준 선물은 조말론의 우드 세이지 앤 씨솔트 향수였다. 무겁지 않고 은은하게 상쾌한 향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나는 원래는 좀 입문이 쉽다고 느껴지는 달달한 향을 좋아했는데 그러면서도 늘 가볍고 상쾌한 것을 찾았어서 취향 범위 내의 새로운 느낌의 향수를 찾은 것 같아 기쁘다. 예전에 R이 회사에서 미니 선풍기 틀어놓고 거기 향수 한 번 뿌리면 자리가 엄청 향기로워져서 기분 좋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핸드크림도 쓰지 않고 향수도 뿌리는 습관이 잘 들지는 않아서 향을 딱히 일상에서 잘 활용을 못하는데 맘에 드는 향수를 선물받은 김에 기분 전환 용으로 적극 활용해봐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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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가 또 몽창 곱슬대서 더 이상 봐주지 못할 시기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급하게 오전에 미용실 예약을 잡아 다녀왔다. 매직만 하기에는 너무 질렸고 해서 끝부분에 약간의 C컬을 넣었다. 파마한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쨌든 쭉 뻗은 생머리에서 뭐라도 변화가 오니 기분 전환이 됐다. 관리에 손이 많이 가는 건 질색인데다 그냥 직선적인 생머리가 좋아서 늘 볼륨매직도 아니고 그냥 매직만 해왔는데 꽤 만족스럽다. 앞머리를 위해 커다란 롤 같은 걸 사서 잠깐 말아두라고 하셨는데, 없이 말려도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다.
2. 이 날은 트친 H와 피씨방에서 메이플을 하기로 한 날이다. 요새 몇 년만에 게임을 시작해 메이플을 꽤 재밌게 하고 있는 데다가 벌써 한참 전에 약속을 잡아놓은 터라 이날을 꽤 기다렸다. 찾은 피씨방은 꽤 넓고 쾌적했고 우리는 무려 커플석에 앉아 게임을 했다. 커플석이라고 무슨 키보드라 분홍색 하나, 하늘색 하나 놓여져 있는 것도 웃겼다. 커플석에는 커플도 있고 친구도 있고 그랬다. 근데 다른 좌석은 다 칸막이도 되어 있는 터라, 친구랑 게임 하러 오면은 수다 떨면서 하고 싶기 때문에 칸막이가 있는 일반 좌석보다는 커플석이 좋을 것 같다.
나는 하는 동안 열심히 사냥하도 피씨방 혜택도 주워먹고 또 뭐했더라... 아 맞아 채광도 하고 돈 벌면서 알차게 보낸 것 같다. 딱히 친구랑 같이 뭘 한 건 아닌데 그냥 아무 쓰잘데기 없는 얘기 하면서 사냥하니까 심심하지도 않고 재밌었다. 이후에는 애정마라샹궈에 가기로 했었는데 설 연휴라서 정말... 찾는 데마다 족족 문이 닫혀있거나 사람이 꽉 차서 돌아나와야 했다. 골목골목마다 마라 집이 있는 수준이었는데 들어가지를 못한다니. 여튼 한 곳을 찾아 들어갔는데 맛있어서 다행이었다. 저녁부터는 트친 K가 합류했는데 내가 샹궈 양을 개념 없이 너무 조금 담아가지고 영 어정쩡하고 애매하게 저녁을 먹었다.
이후에는 넓은 테이블이 있는 카페를 갔다. 적절한 테이블을 위주로 찾았는데 친구들이 커피도 맛있다고 하고, 내가 시킨 진저애플라떼도 맛있었다. 나는 커피를 안 마셔서 늘 적절한 다른 음료를 찾게 되는데 간만에 핫초코나 티 외에 맛있는 음료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진저 향을 진짜 안 좋아하는데 우유 음료와의 궁합에는 향이 강하지 않을 것 같아서 시켰는데 정말 그랬어서 만족스럽게 마셨다. 음료 안에 얇게 썬 사과가 꽤 들어있는데 그것도 좋았다.
여기 다녀오고 얼마 안되어서 트위터에 집착광공카페라고 이 카페 내부 사진이 떴던데 약간 공감돼서 좀 웃겼다. 안락한 분위기라기보다는 되게 까맣고 직선적이고 깔끔하게 생겼다. 그치만 그 음료와 와플이 만족스러웠으므로 재방문의사 있다. 아무튼 집에서부터 챙겨 온 우봉고를 펼쳐 놓고 친구들은 한동안 열심히 우봉고에 집중했다. 우봉고는 정말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런저런 모양을 가진 블럭을 가지고 카드에 나온 모양대로 맞추면 되는 것이다. 보자마자 든 인상은... 이게 뭐냐 취준 때 푼 사기업 인적성 문제 같다는 것이었다. 인적성이 떠오른 것과 별개로 나는 보드게임을 딱히 즐기지 않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구경하고 친구들이 어려운 단계 하는 동안 쪼렙 단계를 옆에서 몇 개 맞춰보았다. 근데 K도 우봉고는 취향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다. 보드게임 너무 체력 딸려... 머리 쓰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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