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록하고 싶은 일상

1월 말의 일기 - 전주전집/피씨방과 우봉고

by EBU_이지 2020. 2. 2.
728x90

올해 1월은 정말이지 정신도 없고 기운차릴 틈도 없이 지나가고야 말았다. 평일을 정신 없이 보내고 주말은 두문불출하며 누워만 있었다. 12월말 이후로 처음 친구와 만난 날이 1월 23일이었다. 아직은 퇴근 후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기가 쪽쪽 빨리는 나날 속에 그래도 있었던 즐거운 날들을 기록하지 않고 넘기기엔 너무 아까워서, 일단 간략하게라도 써보려고 한다.

 

1/23

 

 

친구 C, S와 사당의 전주전집에 방문해 전과 막걸리를 마구 섭취했다. S는 술을 잘 마시지 않는데 설을 앞두고 기분을 내려고 했었던가 굉장히 오랜만에 막걸리를 조금 같이 마셨다. 전주전집이 맛있다고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앞으로 막걸리 땡기는 날에 종종 방문할 것 같기도 하다. 새우전이랑 깻잎 안에 동그랑땡 속재료 같은 게 들어있는 전이 제일 맛있었다. 전만 나오는 건 아니고 김치찌개도 같이 나오는데, 전이 약간 느끼할 즈음 이 찌개를 먹고 막걸리 마시면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궁합이 좋았다. 막걸리는 세 병을 마셨는데 세 병 다 다른 걸 시켜봤다. 느린 마을, 호랑이 막걸리, 그리고 무슨 옥수수 막걸리를 시켰는데 옥수수는 뭔가 좀 애매한 느낌이었고 내 입맛에는 호랑이가 제일 맛있었다. 셋 중에 제일 가볍고 탄산 맛이 많이 났다. S랑도 말했는데, 막걸리 이름들이 재밌어서 괜히 더 호기심이 가는 것 같다. 그냥 어디어디 막걸리 하면 딱히 인상깊지 않은데 느린 마을, 호랑이 막걸리 하니까 관심이 가서 마셔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블로그 좀 쓴다고 전집에서도 사진을 살짝 찍긴 찍었는데 먹다가 찍어서 그런지 영 느낌이 별로라 사진은 그냥 첨부하지 않기로 한다. 

 

회사 얘기를 많이 해서 영 착잡한 기분이 되었지만 만나면 늘 그렇듯 딱히 우울한 얘기만 하지는 않았다. 진짜 웃겼던 거는 C가 1월에 여행을 가면서 면세점에서 내 선물을 살 거라고 미리 나한테 말해놓고는 그걸 까먹고 서프라이즈로 선물을 준비한 줄 알았다는 거다. 내가 받으면서 "와 완전 까먹고 있었는데!" 하니까 니가 뭘 까먹냐며 당황하던 모습이 너무 웃겼다. C가 준 선물은 조말론의 우드 세이지 앤 씨솔트 향수였다. 무겁지 않고 은은하게 상쾌한 향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나는 원래는 좀 입문이 쉽다고 느껴지는 달달한 향을 좋아했는데 그러면서도 늘 가볍고 상쾌한 것을 찾았어서 취향 범위 내의 새로운 느낌의 향수를 찾은 것 같아 기쁘다. 예전에 R이 회사에서 미니 선풍기 틀어놓고 거기 향수 한 번 뿌리면 자리가 엄청 향기로워져서 기분 좋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핸드크림도 쓰지 않고 향수도 뿌리는 습관이 잘 들지는 않아서 향을 딱히 일상에서 잘 활용을 못하는데 맘에 드는 향수를 선물받은 김에 기분 전환 용으로 적극 활용해봐야지 싶다. 

 

 

 

1/24

 

1. 머리가 또 몽창 곱슬대서 더 이상 봐주지 못할 시기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급하게 오전에 미용실 예약을 잡아 다녀왔다. 매직만 하기에는 너무 질렸고 해서 끝부분에 약간의 C컬을 넣었다. 파마한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쨌든 쭉 뻗은 생머리에서 뭐라도 변화가 오니 기분 전환이 됐다. 관리에 손이 많이 가는 건 질색인데다 그냥 직선적인 생머리가 좋아서 늘 볼륨매직도 아니고 그냥 매직만 해왔는데 꽤 만족스럽다. 앞머리를 위해 커다란 롤 같은 걸 사서 잠깐 말아두라고 하셨는데, 없이 말려도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다. 

 

2. 이 날은 트친 H와 피씨방에서 메이플을 하기로 한 날이다. 요새 몇 년만에 게임을 시작해 메이플을 꽤 재밌게 하고 있는 데다가 벌써 한참 전에 약속을 잡아놓은 터라 이날을 꽤 기다렸다. 찾은 피씨방은 꽤 넓고 쾌적했고 우리는 무려 커플석에 앉아 게임을 했다. 커플석이라고 무슨 키보드라 분홍색 하나, 하늘색 하나 놓여져 있는 것도 웃겼다. 커플석에는 커플도 있고 친구도 있고 그랬다. 근데 다른 좌석은 다 칸막이도 되어 있는 터라, 친구랑 게임 하러 오면은 수다 떨면서 하고 싶기 때문에 칸막이가 있는 일반 좌석보다는 커플석이 좋을 것 같다. 

 

하늘색 키보드 내꺼

 

나는 하는 동안 열심히 사냥하도 피씨방 혜택도 주워먹고 또 뭐했더라... 아 맞아 채광도 하고 돈 벌면서 알차게 보낸 것 같다. 딱히 친구랑 같이 뭘 한 건 아닌데 그냥 아무 쓰잘데기 없는 얘기 하면서 사냥하니까 심심하지도 않고 재밌었다. 이후에는 애정마라샹궈에 가기로 했었는데 설 연휴라서 정말... 찾는 데마다 족족 문이 닫혀있거나 사람이 꽉 차서 돌아나와야 했다. 골목골목마다 마라 집이 있는 수준이었는데 들어가지를 못한다니. 여튼 한 곳을 찾아 들어갔는데 맛있어서 다행이었다. 저녁부터는 트친 K가 합류했는데 내가 샹궈 양을 개념 없이 너무 조금 담아가지고 영 어정쩡하고 애매하게 저녁을 먹었다.

 

이후에는 넓은 테이블이 있는 카페를 갔다. 적절한 테이블을 위주로 찾았는데 친구들이 커피도 맛있다고 하고, 내가 시킨 진저애플라떼도 맛있었다. 나는 커피를 안 마셔서 늘 적절한 다른 음료를 찾게 되는데 간만에 핫초코나 티 외에 맛있는 음료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진저 향을 진짜 안 좋아하는데 우유 음료와의 궁합에는 향이 강하지 않을 것 같아서 시켰는데 정말 그랬어서 만족스럽게 마셨다. 음료 안에 얇게 썬 사과가 꽤 들어있는데 그것도 좋았다.

 

 

 

여기 다녀오고 얼마 안되어서 트위터에 집착광공카페라고 이 카페 내부 사진이 떴던데 약간 공감돼서 좀 웃겼다. 안락한 분위기라기보다는 되게 까맣고 직선적이고 깔끔하게 생겼다. 그치만 그 음료와 와플이 만족스러웠으므로 재방문의사 있다. 아무튼 집에서부터 챙겨 온 우봉고를 펼쳐 놓고 친구들은 한동안 열심히 우봉고에 집중했다. 우봉고는 정말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런저런 모양을 가진 블럭을 가지고 카드에 나온 모양대로 맞추면 되는 것이다. 보자마자 든 인상은... 이게 뭐냐 취준 때 푼 사기업 인적성 문제 같다는 것이었다. 인적성이 떠오른 것과 별개로 나는 보드게임을 딱히 즐기지 않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구경하고 친구들이 어려운 단계 하는 동안 쪼렙 단계를 옆에서 몇 개 맞춰보았다. 근데 K도 우봉고는 취향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다. 보드게임 너무 체력 딸려... 머리 쓰기 힘들어...

 

우봉고 하느라 분주한 손들
혼자 맞춰보고 뿌듯했음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