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S네 집에서 2019년의 시크릿 산타 및 송년회를 했다. 시크릿산타는 친구들 모임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매년 마니또처럼 시크릿산타를 뽑아 선물을 준비한다. 원래 장소는 따로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이런 저런 사정이 생겨 S의 집에서 하게 되었다.
D는 집에서 한시간 반이나 운전해서 오고, S도 C와 함께 같이 일하고 오느라고 운전을 해서 집에 오는데 나랑 J가 집앞에서 차를 얻어 탔다. 친구들이 운전에 능숙하니까 너무 신기하고 멋있다. 실은 나만 빼고 다들 면허가 있고, D와 S,C는 출퇴근을 운전으로 해서 더 잘한다. 난 언제 면허 따지... 빨리 이번 겨울에 따야 쓰겠다.
아무튼, 이 날의 메뉴는 쉐라튼의 터키투고 였다. D가 차를 몰고 가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엄청난 양의 음식을 픽업해왔다. 겉보기에는 엄청 팬시해보이고 맛도 괜찮았지만 사이드가 더 풍부했으면 싶고, 딱히 그 가격 주고 다시 먹고 싶을만큼은 아니었다. 이렇게 파티할 때 기분 내기에는 만족스러웠다. 터키가 엄청나게 커서 오늘을 위해 오프숄더 체크 블라우스를 입은 R이 우아한 자태로 양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진지하게 해체 작업을 하는 게 너무 웃겼다.



이 날의 드레스코드는 체크여서 모두가 체크 아이템을 챙겨 입고 왔다. 특히 D는 체크 파자마를 챙겨와서 진짜 귀여웠다. 나는 체크가 정말이지 없는 바람에 체크 자켓을 입고 가서 놀림 당했다. 자켓 벗으면 쫓겨나는 거라고 그래서 식사 내내 입고 있었다. 다 먹고 수다 떠는 중에 슬쩍 벗으려 했더니 친구들이 바로 캐치하더니 벗으면 안된다 그래서 다시 입었다. 철저한 내 친구들...
이번 시크릿 산타에는 얽힌 에피소드가 많았다. 우선, 나는 이번 시크릿산타를 배정 받고 신난 나머지 배정 문자가 왔다며 이름을 스티커로 가리고 트위터에 올렸는데 가린다고 가렸건만 이름이 충분히 유추가 가능했나보다. 친구 C가 좀 제대로 가리라고 다 보인다고 연락이 왔다. 당황하는 와중에 내가 시크릿 산타가 되어야 하는 S가 장난으로 네가 나같다고 콕 집어 지목하는 거다! 그래서 C에게 S가 이미 다 봤나보다고, 배정받자마자 알게 돼서 얼마나 김이 빠졌겠냐고 호들갑을 떨다가 결국 C에게 대상을 바꾸자고 했다. C가 흔쾌히 바꿔 주어서 나는 S가 아니라 D의 선물을 준비하게 되었다. 바보짓과 호들갑, S의 기막힌 장난의 콜라보로 웃긴 에피소드가 생겼다.
이번 시크릿 산타 선물 교환의 하이라이트는 Y의 시크릿산타였던 H다. 방탄 뷔의 팬인 Y는 캔과 속 포장에 방탄 사진이 있는 레모나를 달라고 시크릿산타에게 주문했다. 뷔가 나오면 좋지만 랜덤이니까 꼭 있지 않아도 상관 없다고. Y가 이 말을 했을 때 H가 티나게 동공지진을 겪는 바람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H가 Y의 시크릿산타인 것을 미리 알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선물 교환이 시작됐을 때부터 과연 H는 뷔 레모나를 뽑았을 것인가로 다들 이목을 집중하게 되었다. 모두가 집중하는 가운데 H가 건넨 선물에서 나온 것은 레모나가 아니고, 캐릭터가 그려진 수면양말이었다. 알고 보니 방탄 캐릭터가 그려진 수면양말이었는데 다들 그걸 모르고 빵 터졌다. 게다가 H가 그게 방탄 캐릭터인 건 알았는데 멤버가 지정되어 있는지 모르고 제일 예뻐 보이는 걸 골라 뷔가 아니고 제이홉의 캐릭터 양말을 사오는 바람에 다들 자지러졌다.
근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행히도 혹은 당연하게도) H는 수면양말로 연막을 치더니만 사실 진짜로 레모나를 사왔다. 그런데, Y에게 선택지를 주었다. 레모나 두 캔 중 한 캔은 H가 미리 뜯어봐서 정국임이 확인된 캔이고, 다른 한 캔은 아직 뜯어보지 못한 미스터리 레모나였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거였다. Y는 관중의 재미를 위해 미스터리 레모나를 골랐다. 완전 집중된 분위기 속에 뜯어보니 캔에는 단체사진이 들어가 있었고, 내용물에는 뷔를 포함한 모든 멤버들이 들어있어서 완전한 해피엔딩을 맞았다. 그 와중에 H가 양말을 잘못 사온게 미안했던지 미스터리 레모나 캔이 제이홉이면 정국으로 바꿔주겠다고 해서 사실 더 웃겼다.
아, 추가로 나는 D가 가지고 싶다고 했던 자동차 외부에 붙일 수 있는 우디 인형과 D의 취미인 미니어처 DIY세트를 준비했다. 나는 시크릿산타에게 사무실 용품을 부탁했는데, Y로부터 사무실용 귀여운 가습기를 받았다. 부서배치 받자마자 개시할 거다 흐흐흐흐흫
이후에는 둘이서 팀이 되어 딕싯을 했다. S와 J가 한 팀이 되었는데, 순수한 사고를 하는 J가 너무 직관적인 문제를 내는 바람에 계속 수를 읽혀서 첫판 꼴찌를 했다. 그래서 S가 간절하게 우리 떨어져야 할 것 같다고 해서 다음 판에 팀을 바꾸는데 또 같은 팀이 되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다시 팀배정을 했는데 또 같은 팀이 되어서 다같이 자지러졌다.
마지막으로는 내년 상반기 모임 계획을 세우며 파티를 마무리 했다. 2,3월에 생일파티도 해야 하고, 그 전에 스키장 가고 싶은 친구들도 있고, 봄에 단체 사진도 찍어야 하고 바쁘다 바빠. 같이 하고 싶은 일들이 아직 너무 많고, 계속 많을 것 같아서 기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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