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에피소드 : 퇴사와 하반기 공부 본격적 시작
9월 4일이 인턴 퇴사일이었다. 퇴사한 다음 주 주말이었나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만나 놀고 싶었는데 하필 그 때에 태풍이 엄청나게 강하게 와서 파토가 났다. 마라샹궈랑 꿔바로우팟이었는데... 인턴 근무 중에는 주 몇 회씩 6시 이후에 회사에 남아 필기 공부를 더 하고 가느라고 친구들과 만난지 너무 오래 되어서 더 아쉽기도 했다. 그래도 인턴 퇴사한 바로 그 주말에는 트친모임이 있어서 한 번 즐거운 시간이 있긴 했었다.
그리고 그냥... 죽어라고 자소서 쓰고 무중력지대에서 살고 공부하고... 10월까지 똑같았다. 그래도 M님이랑 동네에서 뭐 맛있는 거 하나라도 찾아보겠다고 여기저기 쏘다니기도 했다. 이삭토스트랑 참치김밥, 감자만두를 엄청 많이 먹었다.
10월 : 내 인생 어디로 가나 이렇게 살긴 살겠지
10월 말이었던 필기 시험을 보고는 매일 1초는 잘 본 것 같았다가 또 1초는 못 본 것 같고 그 다음 1초는 당연히 합격할 것 같았다가 또 그 다음 1초는 미쳤냐고 죽상을 하고... 뭐 그런 나날들이었다. 그 와중에 필기 발표날 티라미수 케이크가 너무 먹고 싶어서 투썸에서 티라미수 한 조각을 사서 집에 돌아오던 게 생각난다. 카페에 서서 저 한 조각을 내가 먹어도 되나 과하게 고민을 하다가 떨어지면 나를 위로하고 합격하면 축하하면서 먹어야지 하고 사서 돌아오는데 갑자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끅끅대며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시험 친 기관에만 매번 필기를 응시한 건 아니었다. 그 동안은 필기가 여기보다는 쉬운 곳을 응시했었는데, 하반기에는 매번 필기는 통과했지만 1차 면접에서 떨어졌다. 근데 이제 정말 공부를 그만하고 싶어서, 떨어지면 또 다시 지겨워 죽겠으면서도 잘하기엔 먼 것만 같은 공부를 다시 하기가 싫고 모든 게 견디기가 힘들었어서 그냥 막 눈물이 났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내 몫을 못하고 있다는 답답함과 죄책감이 너무 컸다. 뭐 어쨌든 늘 은은하게 이런 감정을 가지고 살고 있었고 당연히 가끔은 유난히 북받치는 날이 있기 마련인데 이 날이 그랬고, 좀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합격했으니까 다소 궁상맞게 사왔던 케익은 기쁨의 티라미수가 되었다.
와중에 10월 말에 이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를 시작하며> 게시글에 10월 말의 나의 고민이 많이 담겨 있다.
11월 : 면접 준비
보통 필기 합격 통보가 온 후 면접은 1주일 안에 시작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의외로 2주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그동안 어떤 경험이 있었냐면, 나 포함 3명이서 면접 스터디를 했는데 나를 뺀 두 명이 모두 임원면접으로 올라가는 경험을 세 번이나 했다. 진짜 세 번째에는 세상이 나한테 장난치는 줄 알았다. 물론 떨어진 세 번의 면접 모두 왜 그랬는지 알 것 같고, 내가 도대체 왜 떨어졌지? 하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다. 실전에서 너무 떠는 바람에 별로 잘 보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같은 스터디에서 나만 빼고 다 붙는 경험을 계속 하니까 정말 1차 면접이 너무 떨리고 두려웠다. 준비 기간동안 스터디에 들어가서 매일 노량진 스터디룸에서 모의면접을 돌렸다. 예상 PT 문제도 꽤 많이 다루었다.
12월 : 드디어 합격
계속 전업 수험생으로만 산 건 아니었지만, 여튼 3년 동안을 같은 공부와 목적에 매여 있다가 달성한 기분은 정말 정말 좋았다. 이것에 관해서는 다른 글에 적고 싶다. 그리고 12월의 에피소드는 적기가 어렵다.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날까지 행복하고 신나는 날들이 많아서 어떤 에피소드를 꼽기도 꼽지 않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12월의 일기는 언제 다 써야 할지 걱정이다. 게다가 내일은 친구 J와 함께 1박 2일로 제천 여행을 가기로 해서 엄청나게 설레고 신이 난다. 이거는 다녀 오면 노란 구슬에 적어야지.
2019년 하반기는 제대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사실 우울했던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딱히 잊혀질 것 같지 않아 굳이 기록의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사이버 일기장이 생긴 김에 조금은 글자로 남겨놔도 괜찮을 것 같아서 적어 보았다.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은 나중의 나를 위해 더 정성들여 남겨 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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