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에피소드 : 헬리코박터 2차 치료약 먹기
내 위는 정말이지 말썽이 심하다. 위염이 거의 만성적이라 작년에 처음 내시경을 해봤을 때 위염이 있을 것이라는 정도는 이미 알고도 남았다. 그런데 내가 가진 위염의 양상이 헬리코박터균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제균치료를 시작했다. 보통 약을 1차로 일 주일만 먹으면 제균이 된다는데, 나는 한 번 먹고도 제균이 되지 않아서 2차로 약을 받아왔다. 이게 엄청 센 항생제라 먹으면 속이 쓰리고 약냄새가 올라오는 게 느껴져서 정말 역하다.
게다가 헬리코박터균은 한국인에게 엄청 많다는데, 이유가 찌개 등 한 요리에 여러 사람의 숟가락을 담궈가며 먹는 문화 때문이라고 한다. 이 때 나처럼 위가 약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가진 균에도 감염이 되는 거라고. 그니까 나는 제균치료가 완료된다고 해도 앞으로 다시 감염이 될 수 있으므로 계속해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식사를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솔직히 그게 가능한 일인가? 친구나 가족 사이에는 배려 받고 내가 준비를 해볼 수도 있겠으나, 그게 아닌 식사 자리에서는 내가 "아 제가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했는데요, 그게 이제 재발 하면은 약이 없어서 평생 균을 제 위 속에 가져가야 하고 이걸 피하려면 제가 당신들과 한 그릇을 써서는 안되므로 당신들이 이 국을 먹기 전에 제 몫을 따로 뜨도록 하겠습니다." 해야 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현실적이고 매끄러운 계획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위염이 나아질 수 있다면 솔직히 치료는 해보고 싶기에 2차로도 약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1차 때보다 적응을 잘 하나 싶더니만 지하철이 흔들리는 정도에도 그만 약 때문에 속이 예민해져서 정말 심하게 구토를 하고 말았다. 그게 딱 7월 1일 내 생일이었다. 엉엉. 길바닥에서 위장을 통째로 게워낼 기세로 위액을 토하다 말다 하며 택시도 못 타고 걸어오고 나니까 정말 똑 죽겠고 물 한 모금조차 마실 수가 없어서 약을 중단했다. 스트레스도 덜하고 날씨도 덜 부담스러운 10월쯤 다시 시도해보기로 했는데 10월은 커녕...12월 중순을 향해가는 지금도 겁나서 못 먹고 있다. 놀 때도 속 안 좋고 싶지 않단 말이다! 당연하지 않니! 아무튼... 언제 먹을지 벼르고 있다.
7월
1. 팀내에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인턴 친구가 생겼다. 그게 아마 정확히 몇 월 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7월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심지어 이 마무리를 쓰기 위해 갤러리를 둘러보아도 도무지 사진이 없는 것이 그냥 정말이지 별 게 없는 일상을 보냈나보다. 친구들이랑 만나서 밥 먹고 논 거랑. 점심 회식으로 엄청나게 맛있는 고기를 먹은 것 정도가 사진으로 남아있었다.
별 것 없는 와중에 한 가지 남기자면 이 친구가 생겼다는 것이다. 요새는 사람을 만나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되기 정말 쉽지 않다. 특히 전 직장에서는 친구라고 부를 수 있게 된 사람을 하나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이 인턴 일을 시작할 때 아무와도 말을 편하게 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과 달리 인턴들끼리 생각보다 빨리 친해졌고, 또 대화가 스스럼 없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이 친구 덕에 더 즐겁고, 많이 배우기도 했고, 또 스트레스도 해소해가며 인턴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연락을 하며 지내기로 했는데 요새 시기가 시기인만큼 연락하기가 참 어렵다. 그래도 연말에 인사 차 한 번 해볼까 싶다. 그냥 흘려보내기 너무 서운한 사람이다.
2. 지금껏 지원하던 곳과 매우 다른 성격의 곳을 지원해보았다. 업무 자체가 좀 재미있는 곳이라 그냥 필기 시험을 준비하면서조차 굉장히 흥미를 많이 느꼈다. 하던 공부를 안해도 된다고 생각하니까 막 좀 신나고 그랬는데, 갑작스럽게 준비한 곳이기도 하고... 필기는 통과했는데 면접이 영 아니었다. 그래도 이 때가 좀 새로운 자극을 맛봤던 것 같다.
8월 : 인턴 파티
역시 인턴을 하며 친해진 옆 팀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가게 되었다. 정말 특별한 파티였던 게, 생일 주인공이 우리를 위해 요리를 하고 집에 초대해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난 정말 집에 초대 받아서 가는 생일 파티는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이었다. 우리 인원수가 그래도 꽤 있었는데 며칠 되지도 않는 인턴 휴가를 쪼개 써가면서 먼저 집에 가서 요리를 준비해 준 정성이 너무 크고 고마워서 우리는 퇴근 후 꽃다발을 사서 집에 찾아갔다. 그런데 정말... 다들 와 정말 오랜만에 특이한 생일파티다 정도로 생각하고 찾아갔는데, 가서는 정말 오랜만에 엄청난 수다와 해소의 장을 맛보고 왔다. 그동안 겪은 거, 들은 거 다 쏟아내니까 참 황당하고 웃기고 어이없고 즐거웠다. 여자인턴 7명이 와글와글 그렇게 신나게 떠든 기억이 진짜 오래 갈 것 같다.
추가 : 올 여름 디저트의 발견 - 고디바 아이스크림
스트레스로 죽을동 살동 그러고 있던 와중 친구와 만나서 처음 먹어본 고디바 아이스크림. 진짜 꿀맛이었다. 비싸긴 하지만 이걸 이제야 처음 먹어보다니. 정말 너무너무너무 맛있었다. 반반 혼합 맛을 먹어보았는데, 바닐라가 우유맛이나 냄새가 비리게 진하지도 않고 초코도 찐득거리는 느낌 없이 깔끔하게 달았다. 종종 찾아 먹을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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