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칼림바를 연습한 지 거의 한 달정도가 되어간다. 칼림바를 샀다면 그 이후에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게 악보일 것이다. 유튜브나 블로그, 카페 등에도 무료로 올라오는 악보들이 꽤 있기는 한데 나는 아무래도 하나하나 찾기가 귀찮기도 하고, 조율을 해야하는 악보가 은근히 많아서 막 입문한 사람들이 연습하면 좋을만한 악보집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게다가 나는 칼림바를 살 때 가장 먼저 연주하고 싶었던 곡이 디즈니였기 때문에, 디즈니 악보집을 보는 순간 그냥... 사야만 했다. 아무튼 이건 입문차로서 악보집 몇 개를 사고 구경해본 뒤 쓰는 후기다.
1. 칼림바로 쉽게 연주하는 디즈니 OST 베스트 <이지 버전> (노란색 표지)
위에 말했지만 디즈니를 제일 먼저 쳐보고 싶었던 사람으로서 이건 사야만 했다. 어쩌면 이것만 있으면 칼림바 생활의 A to Z가 해결될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근데 이제 악보집 제목을 잘 봐야 된다. 이건 <이지 버전> 이고, 하늘색 표지의 오리지널 버전도 있다. 둘 다 사본 입장에서 두 악보집의 난이도차는 정말이지 현격하다.
이지 버전은 무려 34곡의 디즈니 명곡들의 '멜로디 버전'악보가 수록되어 있다. 화음이나 반주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그냥 딱 메인 멜로디만 있어서 처음에야 재미있지만 1,2주일이 지나가면 당연히 좀 더 풍부한 버전의 곡을 연주하고 싶게 된다. 내 생각에 이거는 어렸을 때 피아노 등 다른 악기를 전혀 연주해본 적 없는 사람이 아주 쉽게 접근하고 싶을 때 사면 좋을 책이다. 또는 어린 학생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 그냥 취미로 칼림바를 시작해서 여러 곡을 제대로 연주해보고 싶은 성인(=나)에게 적합한 책은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난이도랄 게 딱히 없어서 금방 흥미도 뚝 떨어진다. 그래도 좋아하는 곡들의 멜로디를 뚱땅거려볼 수는 있는 점이 맘에 들기는 하지만 여러 모로 아쉬운 책이다. 이거는 나~중에 칼림바로 여러 곡들을 연주하고 악보를 외운 뒤, 이 멜로디 위에 대강 나만의 화음을 올려서 연주할 능력이 되었을 때 유용하게 될 것 같다. 그럴 날이 올까..? 언제...? 흑.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미 다른 블로그 등에서 너무 어렵고, 조율을 해야 하는 곡이 대다수라 난이도가 높다는 평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곡이라도 화음을 넣어 제대로 쳐보고 싶은 마음에 오리지널 버전을 사야했다..
2. 칼림바로 쉽게 연주하는 디즈니 OST 베스트 (하늘색 표지)
이 악보집은 좀 더 원곡에 가깝게 디즈니 명곡을 연주해볼 수 있게 편곡한 악보를 제공한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후기대로 악보가 이지버전에 비해 훨~씬 복잡하다. 복잡한 거는 상관없는데, 조율 안하고 칠 수 있는 악보가 적다. 조율 뭐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너무 귀찮다. 찾아보면 조율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앱도 있고, 플랫은 작은 자석을 붙여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조율을 위한 편의는 괜찮게 갖추어져 있는 편이다. 하지만 사람이 조율을 해 놓고 딱 그 곡만 연습하는 것도 아니고, 다시 원래 키를 가지고 연주하는 곡도 중간에 한 번 치고 싶을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계속 조정해줘야 한다는 거 아니야. 조율을 하지 않아도 칠 수 있는 디즈니 아닌 다른 곡들이 널려 있는 초보자 입장에서는 별로 도전하고 싶지 않다. 나중에 아 조표 붙은 것도 해보고 싶다 싶을 때는 유용하겠지만 말이다.
사실 악보집은 자기가 원하는 곡, 치고 싶은 곡이 제일 많은 걸 사야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나같은 디즈니 러버가 있다면 이 리뷰를 보고도 디즈니 악보를 사야 직성이 풀리겠지만) 초보일 때는 그냥 다른 거 사라고 하고 싶다. 나는 무조건 디즈니를 완곡하겠다는 마음이 아니라면, 이 악보집을 가지고 칼림바의 ABC를 시작하기엔 딱히 알맞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이다.
3. 놀면 뭐하니? 지금부터 칼림바!
그래서 결국 이 악보집을 샀다. 이 책은 서점에 가서 잠깐 여러 악보집을 둘러보고 나서 결정한 책이다. 악보가 얇은데 큼직해서 보기 편할 것 같았고, 치고 싶은 곡들도 꽤 수록되어 있는 데다가 화음 악보가 충실하게 실려 있어서 큰 고민 없이 골랐다. 오선 악보 자체를 어떻게 봐야하는지까지 자세하게 수록한 악보집들도 있던데 나는 그런 것까지는 딱히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이런 것까지 충실하게 보고 싶은 분들이면 <나혼자 칼림바 친다>라는 악보집이 굉장히 상세하고 보기 좋아 보였다.
결론적으로는 제일 만족스러워서 요새는 이 악보집으로 연습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디즈니 악보집같은 경우는 QR코드로 풀연주 영상을 볼 수 있는데, 이 악보집은 악보 줄 별로 어떻게 치는지 강의 영상은 있는데 풀연주 영상이 없다는 거다. 멜로디 자체가 아리까리해서 아 이게 어떻게 연주되어야 하는지 어떤 속도로 어떻게 쳐야 좋을지 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게 없어서 좀 별로다. 그래도 여기 실려 있는 곡 정도면 유튜브 상에 연주 영상이 꽤 많아서 대강 아 이런 멜로디구나 알아볼 수 있다. 덧붙여, 이건 취향의 영역 같은데 악보가 왼손/오른손을 위 아래와 색깔로 나누어 표시해 둔 것이 난 오히려 좀 헷갈린다. 그냥 깔끔하게 나은 듯.
4. 개인적인 느낌 정리
입문한지 진짜 이제 막 한달 차인 사람의 느낌이니 이 점을 고려해주시길.
디즈니 이지 | 디즈니 | 지금부터 칼림바 | |
장점 | 다수의 명곡 수록, 쉽게 접근 가능 | 원곡에 가까운 편곡 | 적절한 난이도의 악보 |
단점 | 모두 멜로디 악보 뿐이라 다소 단조로움 |
조율해야 하는 악보가 대다수임 | 강의 영상만 있고 풀연주 영상이 없음 |
초보자 추천 | ★★ | ★ | ★★★ |
5. 유튜브 악보 채널
1) 위키위키
영상이 가장 다양하고, 개수도 많고 보기도 깔끔하게 올라와서 좋은 채널이다. 칼림바 사기 전에 가장 먼저 이 채널의 영상을 많이 보기도 했었다. 게다가 멜로디 악보 영상의 경우 영상에 깔린 피아노 반주 MR도 뭐 카톡 친구 추가를 하면 무료로 제공해 준다고 한다. 나는 처음에 이 영상의 멜로디 악보로 연습을 한 뒤 영상을 틀어놓고 같이 맞춰보면서 치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화음 악보의 경우에는 파일로 받아보려면 대부분 유료로 제공된다. 이것까지는 상관 없는데 가장 큰 단점은 악보가 여기저기 엄청 틀렸다는 거다. 아니 그래 뭐 무료 악보야 대충 만든다 치면 좀 틀릴 수 있겠지 싶다. 근데 유료로 제공되는 악보도 틀렸다. 이게 한두군데 틀린 게 아니고 진짜 많이 틀렸다. 영상들 댓글에 보면 심심치 않에 악보 어디어디가 틀렸다고 올려놓은 게 보인다. 숙련자면 모르겠는데 초보자에다가 악보를 본 지 오래된 나같은 사람들은 제공되는 악보의 오선보보다는 칼림바 숫자 표시에 많이 의지하게 되어서 틀린 게 많으면 상당히 피곤해진다. 근데 별로 틀렸다는 반응들을 체크하면서 영상에 댓글로라도 어디가 틀렸다고 정정해주는 노력이 없는 걸 보면 개선 의지도 없고 별 신경 안 쓰는 것 같다.
2) 루미풀 숫자악보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유튜브 채널인데, 아직 영상의 개수는 적지만 짧은 곡의 숫자악보를 무료로 제공해주신다(오선보 악보는 유료). 영상도 보기 예쁘고 깔끔하고, 메이플 엘리니아 bgm이나 쿠키런 킹덤 bgm 악보를 올려주셔서 약간 취향이 맞았다.
6. 한달 차 감상
칼림바가 요새 코로나 특수를 맞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게 보이기는 하는데 그래봤자 피아노나 기타, 우쿨렐레 등에 비하면 진짜 마이너라서 악보 자체가 많이 없기도 하다. 건반 개수가 적으니 앞의 악기들보다 연주의 폭이 적기도 하고. 그래서 생각보다 연주하고 싶은 곡 찾는 게 꽤 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일단 욕심부리지 않고 지금 있는 악보집들과 유튜브 무료 악보 등을 우선적으로 활용해서 조금씩 내가 치고 싶은 곡들을 연습해나가보려고 한다. 악보를 찾는 분들께 뭐라도 도움이 되었길.
'벼래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아우 대나무 어쿠스틱 칼림바 리뷰 - 별안간 칼림바에 중독된 일상 (0) | 2021.04.11 |
---|---|
2020년을 마무리하며 (2) | 2021.01.09 |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가 왔다 (0) | 2021.01.09 |
요리 생초보도 가능한 에어프라이어로 감자튀김, 야채구이 해먹기 (0) | 2020.12.05 |
가을날의 풍경 (0) | 2020.11.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