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어떡하면 회사 밖의 나날을 즐겁게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부서 옮기기 전이라 일이 익숙한 부서 에 있을 때 이런 고민도 여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실제로 운동을 시작하면서 더 이상 누워있지 않고 뭔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의 힘도 생겨서 더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취미로 할만한 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던 차 정말 급작스럽게 칼림바라는 악기를 알게 되었다.
난 이런 악기가 존재하는지도 몰랐어. 아프리카의 악기라고 하고,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칼림바는 타건할 수 있는 건반이 17개가 있는 17key 칼림바로, 엄지손가락으로 쳐서 엄지피아노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굉장히 낯설게 생겼는데 들어보면 오르골같이 맑고 예쁜 소리가 난다. 속이 빈 나무에 울림 구멍이 있는 어쿠스틱 칼림바와, 속이 꽉찬 판자처럼 생긴 몸통의 플레이트 칼림바, 울림 구멍이 밑쪽에 있는 할로우 칼림바 등의 종류가 있다. 이런 악기의 형태에 따라 울림이나 소리의 성격이 다르고, 만들어진 목재가 무엇이냐에 따라서도 음색이 각각 다르다.
요새 코로나로 인해 초등학생들이 학교에서 리코더를 배우기가 힘들다고 한다. 생각도 못했는데 정말 그러네.. 그래서 요새 대안으로 이 칼림바를 많이들 한다고. 근데 정말 리코더만큼 진입장벽이 없는 악기다. 악기의 가격대도 물론 좋은 건 비싸지만 무척 저렴한 편이고, 리코더가 입에 대고 불면 소리가 나듯이 칼림바도 그냥 손톱으로 치면 소리가 난다. 단소나 플룻처럼 소리를 내는 것 자체부터 연습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게다가 악기가 작아 자리도 안 차지하고, 소리도 큰 편이 아니라서 직장인들이 퇴근 후 집에서 혼자 또로롱 소리 들으며 즐기기에도 적합하다. 그렇게... 칼림바가 나의 취미로 낙점되었다.
그래서 뭐 사지?
여기서부터 내 즐거움이 시작된다. 나는 여러 개 후보를 두고 내가 가장 좋아할 하나의 물건을 찾는 과정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다 보니 칼림바에 맛을 들이면 아주 다양한 악기를 수집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두 번째 칼림바를 뭘 들일지 혈안이 되어 고민 중이다. 아마 두번째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아주 집착적으로다가 내 취향의 소리를 찾기 시작했다. 자, 조건.
1. 적당히 저렴할 것 : 처음부터 템빨 욕심 세우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연습할 수 있는 악기를 찾자.
2. 어쿠스틱 모델로 : 어쿠스틱은 악기 특성상 플레이트모델모다 끝음이 틱틱대는 단점이 있지만 울림과 소리가 크다. 칼림바의 맑은 오르골 소리와 울림을 느껴보고 싶어서 첫 모델은 어쿠스틱을 갖고 싶었다.
3. 가장 보편적인 C키로 : 음계의 시작이 '도'라는 말이다. 반음 내려가 '시'로 시작하는 B키를 비롯, A키 등 다양한 세팅이 있다.
4. 이왕이면 가벼운 무게
5. 취향에 맞는 음색 : 이게 바로 엄청난 주관의 영역이지만, 울림이 길고 맑은 소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 그래서 결과는?
루아우 어쿠스틱 대나무 (LK17B) 당첨이었다. 면면이 살펴보면
1. 저렴한가?
- 뮤지션 마켓에서는 성능에 문제 없지만 약간의 미적 흠이 있는 리퍼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나는 받아보니 어디서 리퍼가 된 건지 모르게 외관이 깔끔해서 만족스러웠다.
- 유튜브에서 칼림바 리뷰 영상을 보다 보면, 칼림바 영상을 많이 올리는 유튜버들이 뮤지션마켓에서 쓸 수 있는 10% 할인쿠폰코드를 가지고 있다. 이 쿠폰을 뮤지션마켓에 등록하면 리퍼제품도 10% 할인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
- 그래서 하드케이스(만원) 포함 43,000원에 구매했다. 이왕 사는 거 케이스 포함 구매를 추천하고 싶지만 아니라면 3만원 초반대에 괜찮은 악기 하나를 구매할 수 있다.
2,3. 어쿠스틱, C키이다.
4. 가벼운가?
- 매우 가볍다. 루아우 어쿠스틱 세 모델(대나무, 캄포우드, 마호가니) 중에서도 가장 가볍다고 한다. 입문자들이 무게로 인한 당황스러움은 전혀 느끼지 않아도 되는 정도다.
5. 음색은 취향인가?
- 그니까 샀지. 받아보니 울림이 무척 맑고 길어서 특히나 마음에 든다. 울림이 기니까 초보자 입장에서 반주 없이 멜로디음만 쳐도 은은하게 지속되는 소리가 예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치만 어쿠스틱 특성상 끝음은 틱틱거리고 별로 안 예쁘다. 연습하다 두번째 칼림바 들일 때는 플레이트로 살 것 같다.
- 음색 리뷰 : 아 내가 칼림바 찾아보면서 타건영상 없는 리뷰 정말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지금 거치대가 없어서 타건영상을 찍을 수가 없다. 연주 영상도 찍고 싶은데 찍을 수가 없어... 대신 내가 음색 비교를 할 때 가장 많이 참고했던 분의 블로그/인스타 링크를 첨부한다. 계이름 타건영상에 짧은 연주 영상, 본인의 음색에 대한 평가도 자세하게 써주시는 분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팽찌바님 루아우 칼림바 리뷰 포스트 : www.instagram.com/p/B06GSB1Dro7/?igshid=1bwg90d0pv32e,
팽찌바님 26종류 칼림바 음색 비교 : 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1986y12m4d&logNo=221688032572&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사운드홀 옆에 자개 모양 장식이 있는 것도 너무 깔끔하고 예쁘다. 아니 칼림바는 무슨 일인지 브랜드 로고들이 다 너무 안 예뻐서 그게 좀 별로다. 루아우는 겉에 프린트 로고가 없어서 그것도 보기 깔끔하고 좋다.
박스 구성품은 아래와 같다.


하드케이스 심플하고 깔끔하다. 악기 크기에 딱 맞게 세팅되어 있어서 좋고, 무게도 아주 가벼워서 들고 나가기 편할 것 같다.


조율을 위해 망치도 들어있었는데, 받아보니 조율은 완벽하게 되어 있어서 따로 쓸 필요가 없었다.

천 파우치도 동봉되어 왔다. 퀄리티랄 건 없음.
음계스티커랑 건반 표시할 수 있는 색깔 스티커도 따라 왔는데 이미 건반에 음계가 표시되어 있어서 그냥 안 써서 사진도 안 찍었다.
악보는 유튜브나 블로그에도 능력자분들이 제공해주시는 게 많은데, 나는 디즈니를 너무 치고 싶어서 디즈니 악보를 구입했다. <칼림바로 쉽게 연주하는 디즈니 OST 베스트>는 두 버전이 있고 노란색 커버가 쉬운 버전이고 하늘색이 오리지널 버전이다. 오리지널 버전은 종종 리뷰를 보니 플랫이나 샵이 있어 조율을 해야 연주 가능한 악보도 있다고 하고 그래서... 조율하기 너무 귀찮을 것 같아서 이지버전을 샀다. 조율 없이 바로 따라 연주할 수 있는 악보가 수록되어 있더라. 그 점이 좋은 것이지만 진짜 단순 멜로디만 수록되어 있어서 약간 심심한 게 단점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34가지나 되는 디즈니의 명곡들을 멜로디로나마 쉽게 연주해볼 수 있어서 좋다.

곡 넘어갈 때마다 귀여운 디즈니 장면은 덤. 비비디바비디부도 수록되어 있더라. 귀여워... 근데 칼림바로 빠르고, 같은 음 연속으로 쳐야 하는 곡이 의외로 제일 어렵다. 빠르게 같은 음 계속 치면 손톱 소리가 나기 쉽기 때문에 그렇다. 느리고 느긋한 곡으로 시작하면(Tangled OST인 I see the light 같은) 제일 좋은 것 같다.

그래서 현재 상태: 칼친놈임. 칼림바에 미친놈.
두번째 칼림바 뭐 들일지 고민하고 있는데 너무 열심히 알아보다가 약간 취향이 생긴 것 같다. 물론 영상 속 소리보다는 실제로 내가 쳐봐야 더 나의 취향을 확실하게 할 수 있겠지만. 일단 지금으로서는 나는 로즈우드나 월넛같은 목재가 내는 따뜻하고 울림이 길고 깊은 소리를 좋아한다. 그리고 어쿠스틱은 치다보니 울림은 너무 좋은데 아무래도 끝음이 틱틱거려서... 다음 모델은 플레이트를 들이려고 한다. 가장 강력한 후보는 네코즈 더블플레이트 B키 모델(17RDP). 케이뮤즈의 월넛 B키 칼림바 소리가 무척 맑고 예쁘던데 울림이 네코즈에 비해 짧은 것 같고 가격대가 더 높아서 고민 중이다. 둘의 매력이 달라서 시기가 문제지 아마 둘 다 들이게 될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만.
아 진짜 악기 샀는데 타건 영상도 못 올리는 게 너무 아쉽네... 조만간 진짜 거치대도 하나 들여야겠다. 거치대 같은 거 사서 둘 자리 없는데 ㅠㅠ 자그맣고 자리 덜 차지하는 애로 찾아봐야겠다 흑흑.
이제 Under the sea랑 I see the light, Part of your world 칠 줄 알게 되었다. 악보를 완벽하게 외워야 더 잘 칠 수 있겠는데 아직 완벽하게 외워서 치지는 못하고 흐흐. 요새는 반주가 있는 이누야사 OST를 연습하고 있는데 너무 어렵지만 그만큼 소리가 너무 예뻐서 자꾸 빠져드는 중이다. 칼림바 최고. 쫌쫌따리 즐겁게 연습해서 칼림바 짱이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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