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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느낀 것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by EBU_이지 2020.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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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인상적으로 읽은 책이다. 올 해 읽은 책 중 처음으로 두 번을 반복해서 읽은 책이기도 하고, 지인에게 선물로 준 책이기도 하다.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는지 남기려고 고민을 해보았는데 생각이 정돈되지 않아서 망설이기도 했다.

 

우선 이 책은 SF단편집이고 발달된 과학기술로 인해 현재의 인간보다 훨씬 많은 것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 속에 살아가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이 책 속 단편들은 그러한 세계 속에서도 인간이 끝내 그리워하고 소중히 할 감정들, 그러한 세계로 도달했기 때문에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일들, 인간의 어떤 욕망이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냈고 또 그러한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풀리지 않을 문제는 무엇일지를 이야기한다.  

 

모든 단편들이 정말 좋았는데, 그 중 가장 좋았던 것은 '공생가설'이다. 류드밀라라는 작가가 그려낸 어디에도 없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향수와 동경을 불러일으켰던, 실재하는 듯 구체적이었던 어떤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 무척 신비로웠다. 그리고 아이가 여섯일곱살 즈음이면 사라지는, 아이들의 머릿속에 살며 이타심을 길러주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게 실제면 좋겠다고 믿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이 공간과 이타적 존재 사이의 연결고리가 밝혀지는 과정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요새는 미래시대, 미래세계를 생각하면 사실 낭만적이지 못한 이야기로 나아갈 때가 많다. 실제로 인간이 이룩해온 기술의 발전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엉망으로 망쳐놓았기 때문에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조금씩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발전과 더불어 극대화된 인간의 이기심이 초래한 비극을 다루는 이야기들도 많다. 하지만 공생가설은 비극적이거나 어둡게 까마득하지 않고 어딘가 마음의 위로를 전해주는 이야기였다. 공생가설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보면 무척 동화적으로 아름다웠다. 종종 인간의 잔인함을 말하는 이야기에 몸서리쳐지고 지칠 때가 있는데, 인간은 우리가 몰랐던 존재들과 공생하며 이타심을 배운 채로 성장하고 있었다는 이 소설 속의 발견은 그냥 그 아이디어 자체로 무척 마음에 안도감을 주었다. 이 발견이 고도로 발전한 과학기술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내용도 좋았다. 

 

가끔씩 미래에 대해 말하는 소설과 기사, 전문가의 글을 읽으며 슬퍼지고 아득해질 때마다 꺼내 읽고 싶은 글이다. 아직 내가 모르는 세상의 신비로움이 남아있고, 인간 사회의 따뜻함은 생각보다 질기고 오래갈 것이라고 믿고 싶을 때 다시 찾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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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초엽 작품집.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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