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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래별 이야기

블로그를 시작하며

by EBU_이지 2019.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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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질이 급한 것 치고 많은 것을 잘 참는 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이루고 싶다고 생각한 목표가 있을 때, 그것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잘 쳐내고 참는 편이다. 이건 내가 딱히 인내심이 강해서라기보다는 그냥 타고난 성격이 좀 그런 편인 것 같다. 무언가 과업이 주어지면 그것과 관계 없는 일에는 호기심도 잘 생기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아주 크게 갈망하지는 않는다. 이게 끝나면 그걸 할 수 있을거야 라는 생각은 내게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나를 압박하거나 짓누르지 않고 의지를 강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요즘 깨닫고 있다. 지금의 휴식과 즐거움을 미래로 미루어야 하는데, 내가 원하는 미래는 아쉽게도 쉽게 찾아오고 있지 않다. 마시멜로 실험의 의미는 퇴색되었지만 굳이 비유를 하자면,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두 개 준대서 하나를 눈 앞에 두고 기다리는 일은 꽤 보람찬 것이었지만, 이제는 나의 길지 않은 인생 내내 더 많은 마시멜로를 위해 기다림만을 계속해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 마디로 지쳤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제 미래의 나만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현재의 나에게도 충실하고자 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언제까지 나중을 기약하며 살아야 하나 한탄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도 나에게 좋지 못하다. 게다가, 현재의 즐거움을 모두 포기하고 사는 것만이 미래의 나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그 동안의 내 방식은 조금 미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블로그는 현재의 나를 위한 하나의 시도이다. 요새 친한 친구들이 성실하게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친구들에게 "나도 ~하면 해 볼래!" 하고 또 조건을 내걸고 있는 나를 보면서 갑작스런 오기가 생겼다. 더 이상은 무언가를 미루지 말자는 생각이 본격적으로 들었던 것 같다. 블로그야말로 굳이 미래로 양보해야만 하는 큰 일이 아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사실 블로그 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블로그를 시작으로, 나는 현재의 나에게도 충실하면서 미래도 준비하는 법을 배워나가려고 한다.

 

당연하게도 "기다림"을 지속하는 동안에도 즐거운 순간을 많이 겪었지만, 워낙 기록에 약하고 게을렀던 나머지 글로 그 순간들을 기록한 적은 없다. 이제는 블로그를 통해 일상을 가끔씩 기록하면서, 현재의 일상 속 재미에 조금 더 머물러보고 싶다. 그래서 이 블로그는 아주 쉽고 가볍고 산뜻한 휴식처로 만들고자 한다. 쓰는 글이 다소 엉성하고 맘에 안 들더라도 개의치 말고(이건 나한테 사실 좀 어려운 일이다), 자주 쓰지 못하더라도 부담을 느끼지 말자 생각했다. 그 마음을 듬뿍 담아서 블로그 이름을 만들었다. 안 그래도 복잡해 죽겠으니 쉽게 살자. 쉽고 즐거운 우주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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