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12
오랜만에 회사도 여유롭고, 저녁에 약속도 잡혀 있어서 무척 신난 금요일이었다. 오랜만에 트친구들과 한강진에 있는 파이프 그라운드에서 옥수수피자와 함께 피맥을 하기로 했다. 여기서 이 옥수수피자를 너무나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정말 들떠있었다. 그래서 다음주 필라테스 수업 예약이 오후 5시에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도대체 퇴근 시간 언제 오냐며 궁둥이만 들썩이고 있었다.
보통 금요일이면 퇴근버스에서 시간을 조금 지체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 날은 그렇지도 않았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식당에 도착하니 아니 줄이 엄청나게 길게 늘어져 있는거다. 사람들아 옥수수 피자 먹자고... 금요일 저녁 7시에 이렇게 줄을 섰니? 나도 이거 먹자고 온 사람이기는 한데 약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여기 코로나 시국에도 핫한 동네구나... 사람들 많이 돌아다니는구나... 생각하고 여기는 좀 아닌 것 같아서 근처에 있는 효도치킨으로 발길을 돌렸다. 효도치킨은 전화해보니 웨이팅팀은 아직 없는데 테이블은 꽉 차 있다고 했다. 그래도 뭐 여기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좀 아쉽기도 했지만 저거 다 기다릴 것도 아니고, K의(내가 예전에 C라고 썼었나 기억이 안나네) 맛집 추천은 늘 옳기 때문에 전혀 망설임 없이 따라 나섰다.
한남동의 맛집들은 주택가 골목들 중간중간 들어선 곳들이 많아서 그런지 맛집 찾아 온 사람들도 많았지만, 강아지 데리고 산책 나온 근처 주민들도 꽤나 많았다. 효도치킨으로 가는 길에, 그리고 도착해서 웨이팅하는 길에만 강아지를 거의 한 10마리는 본 것 같았다. 금요일 저녁에 퇴근해서 강아지 데리고 산책 나오는 거 쉽지 않은 일인데 참 부지런한 견주들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들이랑 기다리면서 반려동물 얘기 아이돌 학폭 얘기 코로나 얘기 어쩌구저쩌구 얘기 아무거나 하면서 와장창 수다를 떨었다. 근데 얘기하다가... P가 쿨하게 오다 샀다면서 너무너무 귀여운 책갈피를 선물해 주었다 ㅠㅠ 맨날 P에게는 받기만 해서 너무 고마웠다 흑흑... 사람이 원래 사려가 깊어야 이런 생각도 해주고 그런 거겠지? 정말 닮고 싶은 점이다. 진짜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책갈피 이제 꼬박꼬박 쓸거야... 나도 진짜 담번에는 만날 때 간식이든 뭐든 좀 사갖고 갈까 싶다. 이런 쪽에 너무 센스가 없어서 문제다. 암튼 다음에는 꼭! 나도 뭐 하나 갖고 가야지.
아니 눈 늘어난 것도 너무 귀여운데 인중 늘어난 거 너무 귀엽지 않은지? ㅠㅠ 책에 꽂아두고 볼 때마다 P의 다정한 마음에 행복할 것 같다.
효도치킨은 이름만 듣고는 약간 너랑나랑호프 같은 느낌의 식당일 줄 알았는데, 컨셉이 잘 기획된 지점도 있는 치킨집이었다. 유명한 셰프가 기획했다고 하더라. 꽈리멸치킨이 대표메뉴인데, 꽈리고추와 멸치볶음이 양념처럼 곁들여진 간장베이스 치킨이다. 나는 이것도 맛있고, 양념치킨도 달콤하니 맛있더라. 그리고 연근튀김이 같이 나오는데 내가 연근을 그렇게 찾아먹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 맛있어서 계속 집어먹었다. 사이드메뉴들도 다양했는데 골뱅이 무침은 재료가 부족했다 그랬다 아무튼 그래서 못 먹고 사라다를 먹었다. 치킨이랑 사라다 둘 다 완전 만족스러웠다. 또 좋은 맛집 하나 건졌네. 빠뜨리지 말고 지도에 별표시해놔야 쓰겠다.
먹으면서 친구들 덕질 얘기 이사 얘기, 그리고 다른 친구 M 성대모사에 또 환장하고 깔깔 웃으면서 놀았다. 진짜 K를 만나면 속수무책으로 웃다가 간다. 약간 웃다가 넋이 나가는 것 같다. 막 이야기하면서 웃다가 으어... 하고 넋 놓고 있으면 또 재밌는 얘기를 꺼낸다. 거의 웃음치료 당하는 것 같다. 사람이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냥 그 상황이 재밌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K랑 같이 있으면 그게 아니고 그냥 사람 자체가 너무 재밌다. 그렇게 열심히 먹고 이야기하고 웃고 있었는데 또 밤 됐다고 비염에 지배당한 코가 난리를 쳐서 난중에는 코 때문에 약간 짜증이 났다. 비염은 눈치를 좀 챙겼으면. 술이 들어가서 더 그랬나? 여튼 정말 찾아오는 타이밍을 알 수가 없다. 여튼 10시가 되어서 아쉽게 일어났지만 정말 즐겁게 주말을 시작한 기분이었다.
210313
C랑 또 한남에 왔다. 어제 가기로 했던 파이프그라운드에 재도전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두신가 두시반에 만났는데 어제보다도 줄이 더 길었다! 그래서 또 할 수 없이 후보였던 현선이네 떡볶이로 노선을 틀었다. 보니까 고메494라고 갤러리아백화점 식당가에 입점해있었다. 한남동에서 저렴한 가격에 요런 완전 분식점 떡볶이를 먹을 수 있다니 신기했다.
세트로 한상 푸짐하게 시켰다! 맵기는 단계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중간맛으로 했다. 그러니까 맵찔이인 나도 괜찮게 먹을 수 있었다. 기분탓인지 모르겠는데 왠지 국물이 바닥 쪽으로 갈 수록 매웠던 것 같은 느낌이다. 튀김도 다양하고, 기름에 쩌들지 않게 딱 촉촉하게 맛있었다. 야채튀김이 특히나 맛있었다.
그러고 또 C랑 아무 얘기 했다. C는 여러 컨텐츠를 많이 보는 편인데 얼마 전에는 보보경심을 보고 이준기의 #상처받은야수같은깊은눈 에 감명받았다고 한다. 진짜 웃겨. 나한테도 쭉쭉 넘기면서 보라고 재밌다고 하길래 나도 급 관심이 생겼다. 이거 말고도 C가 추천해준 영화들 몇 개 있는데 자꾸 못 보고 있다. 시간 나면 그걸 우선적으로 봐야지. 근데 지금 책 빌린거, 북클럽에서 읽을 거 죄다 밀려가지고 영화 볼 시간이 없다. 여튼 그러고 또 직장 얘기 하면서 타산지석 삼아야할 사람들 이야기도 하고 반성도 하고 그랬다. 그리고 또 재테크 얘기도 나와서 내가 공부해야 하는데 하기 싫다고, 근데 공부도 안 하고 아무데나 내 돈 맡길 수 없다고 하니까 겁나 웃었다. 그래서 얼결에 종목 추천도 받았다. 아니 근데 내가 그거 열심히 찾아보니까 내가 계좌 개설한 신한금융투자에는 그 상품이 없더라 뭐야 속상해.
C 이야기 하는 김에 왓챠피디아 시작한 이야기도 해야겠다. 나는 사실 영화나 드라마에 취미가 전혀 없었는데, 코로나 시대를 맞아 여기에 발을 들인 데는 C와 J의 공이 크다. 둘이 영화를 엄청나게 많이 보고, 재밌게 봤던 것들 이야기도 자주 해줘서 나도 얼결에 친구들이 좋아하니 나도 좀 이것저것 봐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 둘은 왓챠피디아라고 지금까지 봤던 영화, 드라마, 책에 별점 매기고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앱을 사용하고 있는데 나도 얼마 전 둘을 따라 시작했다. 와... 근데 둘은 도대체 영화를 얼마나 많이 본 건지 평 수가 몇백개다. 나는 진짜 본 게 없어서 기억을 쥐어 짰는데도 이 세 개의 카테고리를 합쳐도 백 개가 채 안됐다. 왓챠피디아는 내가 별점을 매긴 분포를 토대로 내가 어떤 유형의 취향을 가졌는지도 말해주는데, 나는 "작품을 정말로 즐길 줄 아는 현명파"라고 한다. 아마 4점대를 가장 많이 줘서, 본 대부분의 작품을 잘 즐기는 사람이란 뜻 아닐까 싶다. 근데 사실 생각해보면 나는 보는 스펙트럼도 넓지 않고, 많이 보지도 않아서 내 취향에 맞을 것들만 고르고 골라서 보기 때문에 대부분 만족하는 것 같다.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하면 분포가 넓어질 텐데. 아무튼 친구들이 남긴 평을 보는 것도 재밌어서, 새로운 것들을 볼 때마다 잊지 말고 기록하며 재밌게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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