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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구슬

2019.03 방콕 여행 1일차

by EBU_이지 2019.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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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는 진짜 정리해보고 싶었다. 너무 게을러서 교환학생 때도 그렇고 기록을 안 해놓으니 사진만 남고 기분이 하나도 남지 않은 게 서운해서 이제부터는 놀러 다녀오면 뭐라도 남겨놓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근데 그래놓고 또 사진 정리도 안 하고 6개월이 넘게 흘렀다... 이제 블로그도 개설했으니 약간 숙제같지만 꼭 해보고 싶었던 여행 정리를! 제발! 해내 보자 나 자신아..

 

 

왜 가게 되었느냐면

나는 작년 겨울 퇴사 타이밍을 잡고 있었고, 퇴사를 하면 친구 R과 꼭 여행 한 번 짧게라도 다녀오자 하는 말을 나누고 있었다. 친구들과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는데 각자의 사정으로 타이밍이 맞지 않아 제대로 가 본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기회라고 생각하고, 생각보다 늦어지긴 했지만 올 해 3월 따뜻한 곳에서 제대로 쉴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정하고 난 뒤부터는 진짜 이 날만 바라보고 살았다. 숙소를 정하고 계획을 짜면서도 빨리 여행 가고 싶기도 한데 갔다와서는 너무 허망할 것 같아서 계속 기다리고만 있고 싶기도 했다. 

 

방콕에는 좋은 숙소가 정말 많아서 정하는 데 고심이 컸다. 우리는 3박 4일 짧은 일정이지만 숙소를 한 번 바꾸기로 했고, 아마 숙소를 예산에 맞게 고르는 데 제일 많은 시간을 썼던 것 같다. 이후 계획은 굵직한 것들은 내가 주로 알아보고, 친구가 그 안에서 방문할만한 맛집을 콕콕 찾아 완성했다. 친구는 한국에서도 외국에서도 맛집을 정말 잘 찾는다. 이렇게 좋은 친구가 없다. 

 

 

1일차

출발 전 다락휴

방콕 출발 비행기가 새벽 시간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공항의 숙소에서 잠깐 눈을 붙이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휴식이기도 했고, 첫날부터 공항 노숙을 하면서 굳이 체력을 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인천공항의 다락휴를 시간제로 예약했는데 가격도 괜찮았고 방도 샤워실도 모두 깔끔해서 만족했었다. 내가 먼저 다락휴에 도착하고 친구가 좀 뒤에 도착했다. 나는 멀리서 오는 친구를 보자마자 신이 나서 사지를 흔들며 춤을 추었고 친구도 똑같이 흥겹게 화답하는 바람에 공항 스태프가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다락휴 방은 작고 아늑했고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어서 여행전야의 흥분을 분출하며 광란의 밤을 보냈다. 나는 한창 이달의소녀의 Butterfly 노래에 빠져있었는데, 후렴이 나올 때마다 침대에서 거의 튀어 올랐다. 

 

친구에게 보내주려고 먼저 찍어두었던 다락휴 방.

첫번째 숙소 Praya Palazzo

트친이 방콕여행을 다녀오며 올려줬던 숙소 사진이 너무 인상깊어서 여행을 준비하며 어디였냐고 물어보았다. 이 곳은 시내와는 약간 떨어진 위치에 있고 숙소에 갈 때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했는데, 그것마저 너무 좋아보였다. 숙소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오래되고 아늑한 별장같은 느낌이다. 친구 말로는 숙소 분위기며 서비스며 "공주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는데 이 점을 어필하니 동행한 친구 R이 매우 혹해했다. 물론 나도. 그리고 도착해서도 정말정말 만족했다. 게다가 운이 좋아서 우리가 예약한 것보다 더 좋은 방을 쓸 수 있어서 더 만족스러웠다. 

 

숙소에 들어가려면 매번 이 배를 불러야한다. 이 배를 부를 수 있는 전용 전화기를 준다.

 

처음 도착하면 웰컴드링크를 주는데, 저 음료 두 잔을 앞에 놓고 앉았을 때 정말 설렜다. 
방 찍은 게 흔들렸다는 걸 지금 알았다. 약간 낡고 고풍스러운 느낌이지만 아주 깔끔하고 아늑했다.

또 하나 이 숙소가 정말 맘에 들었던 점은 음식이다. 우리 둘 다 태국 음식을 정말 좋아한다. 웨이터에게 추천 받아 시킨 음식 이름이 뭐였는지 기억도 못한 채 허겁지겁 먹었다. 정말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는데 너무 훌륭해서 여기서 밥을 한 번 더 먹어야겠다고 결정했다. 저 뽀얀 색의 국물이 똠얌과는 또 다르게 새콤한 맛이 났는데 도저히 형용할 수도 없고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식당의 분위기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전반적으로 숙소의 규모가 작아서 어디든 조용하고 아늑한 느낌이 많이 났다. 

 

진짜 저 음식은 뭐였을까... 알아도 한국에서는 찾기 힘들겠지만 정말 눈물이 난다. 태국 음식은 왜 저렇게까지 맛있을까.

그리고 사실 가장 좋은 점은 풀을 포함한 전체 풍경이다. 이것 봐. 친구가 걷고 있는 뒷모습까지 정말 완벽한 사진이었는데 눈물을 머금고 잘랐다. 여기 머무르는 이틀동안 여기만 바라보면 행복해졌다. 이 풍경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한 트럭이다. 비타민D 결핍과 스트레스라고는 모를 것 같은 사람이 살 것 같은 곳이다. 어딜 봐도 강으로 탁 트여 있고 아기자기하게 조성된 모든 것들이 맘에 쏙 들었다.   

 

 

 

첫번째 일정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숙소에 와서 밥을 먹고, 조금 쉬다가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태국에 왔으면 마사지를 받아야지. 친구는 워낙 압이 센 마사지 받는 걸 즐겨서 강하게, 나는 아플까봐 중간 정도로 받았다. 아주 특출나게 기억에 남진 않았던 것 같지만 마사지가 그렇듯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 만족스러웠다. 웃긴 건 여행 내내 실리콘 니플패치를 붙여놓고 다녔는데, 마사지 받을 때 그걸 까먹고 안 뗐다. 그러고는 나중에 옷 입을 때 니플패치 어디갔나 한참을 찾았다 내 가슴에 붙어 있는데... 진짜 어이 없었다.

이후에는 시암파라곤에 가서 유명하다는 브라도 사고, 물놀이용으로 아동용 튜브도 샀다. 엄청나게 큰 통생선튀김같은 것도 먹었는데 사진이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첫째날은 무리하지 말자고 슬렁슬렁 다녔고, 여유롭게 돌아왔던 것 같다. 

 

 

 

*그 외... 지금 생각났는데 면세점에서 귀걸이와 영양제를 주문해놓고 수령날짜를 하루 뒤로 하는 바람에 못 받았다. 면세품 받을 생각에 세상 들떠 있었는데 내가 그렇게 울트라캡숑바보짓을 할 지는 예상조차 못했다. 그런데 벌써 기억도 잘 안 나는 것 보니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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