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로 친구 J와 함께 제천의 리솜 포레스트로 온천여행을 다녀 왔다. 사실 같이 더 길게 다녀오고 싶었는데 둘 다 체력이 완전 바닥 수준으로 떨어져서 계속 골골거리고 있었던 데다 시간도 맞지 않아서 겨우 1박 2일 시간을 냈다. 시간이 없는 만큼, 그리고 몸도 그리 좋지 않은 만큼 어디를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국내의 온천을 선택했다. 이천 테르메덴이랑 또 어디였더라 여튼 또 가까운 온천도 후보였는데 이 곳들은 스파는 정말 좋아보이지만 숙박이 전부 카라반 형태로 되어 있어서 조금 찜찜했다. 우리는 정말 편안하게 쉬고 싶었기 때문에 새로운 체험을 하기보다는 몸의 휴식이 보장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숙소까지 깔끔하고 안락해보이는 리솜 포레스트를 선택했다. 여행의 만족도는 미리 말해보자면 별 네 개!
리솜포레스트는 숙박+조식+스파 패키지를 여기저기서 많이 판매하고 있어서 상황에 맞게, 그리고 꽤나 합리적인 가격에 별다른 수고 없이 알아보고 예약할 수 있었다. 버스는 막힐까 봐 기차를 타고 다녀왔다. 청량리역에서 제천역까지 무궁화호를 타고 약 2시간, 역에서 리조트까지 택시를 타고 약 20-25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올 때, 갈 때 전부 2만원 언저리의 택시비가 나왔다.

리솜 포레스트에 도착! 전체적으로 따뜻한 회색빛 느낌의 리조트였다. 비수기 체크인은 2시여서 1시쯤 도착한 우리는 접수 먼저 하고 같은 건물에 있는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우리는 해밀이라는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당연히 가격이 그리 저렴하지는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그렇다고 미친듯이 비싸지도 않았다. 우리는 두루치기를 먹었는데 고기도 야들야들하고 양도 많아서 무척 만족스럽고 배부르게 먹었다. 원래 이렇게 세세하게 사진을 찍지는 않는데 나보다 훨씬 성실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친구와 같이 다니다보니 나도 따라서 열심히 사진을 찍게 되었다.



요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스파♥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는 체크인 전 바로 스파로 향했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입장 전 목욕탕에서도 잠깐 몸을 녹였다. 목욕탕에도 버블이 나오는 탕이 있고, 건식 습식 사우나가 있었다. 우리는 사우나는 들어가지 않고 탕에만 잠깐 들어갔다.
스파 준비물은 입고 들어갈 수영복과 모자이다. 수영복은 원피스 수영복, 래쉬가드, 비키니도 있었고 모자는 캡모자를 쓴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나는 캡모자가 없는 관계로 원피스 수영복에 수영모, 친구는 래쉬가드에 캡모자를 쓰고 입장했다. 그치만 수모를 쓰고는 만족스러운 사진을 남길 수가 없으므로... 중간 중간 벗어가면서 사진을 찍었다.

다행스럽게도 날씨가 그리 춥지 않고 온화했다. 다만 제천역에서 올 때 비가 조금 내렸고, 일기 예보도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되어 있었는데 우리가 온천을 하러 야외로 나갔을 때는 그쳐 있었다. 대신 안개가 무지막지하게 껴있었다.
스파는 실내와 실외가 있고 찜질방도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메인이었던 야외 스파. 경험해 보고 나니 스파를 즐길 때 유의할 점은 아무래도 추울 수 있으므로 커다란 수건을 들고 탕과 탕 사이를 옮겨 다닐 때 몸에 두르고 다니면 좋을 것 같았다 (우리는 그러지 못함). 그리고!!! 탕과 탕 사이를 이동할 때 발이 몹시!!!!!!!! 몹시!!!!!!!!!!!! 시려우며 깔아둔 카펫 같은 게 군데 군데 얼어서 매우 딱딱하고 가시밭길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을 주므로 아쿠아슈즈나 슬리퍼를 준비해가면 완벽할 것 같다 (우리는 그러지 못함 ㅠㅠ). 다이소 핸드폰 방수팩은 준비했으나 김이 껴서 쓸모없어지는 바람에 사진은 그냥 조심조심 찍었다.
야외스파
야외스파는 가장 큰 인피니티 풀같은 곳을 제외하면 서로 다른 테마를 가진 작은 탕들이 여러 개 있다. 종류는 4개 정도? 그리고 어떤 탕은 작게 몇 개가 있기도 하고 어떤 탕은 하나만 있기도 하고 그렇다.

사진에 보이는 탕이 인피니티 풀처럼 보이는 가장 유명한 스팟이다. 근데 막상 저기서 설정샷 찍으려고 끝에 매달려보면 시야는 꽝이다. 그냥 바로 앞이 도로다. 하나도 낭만적이지 않다. 그리고 왠지 모르겠는데 어디서 물이 살짝 뿜어져 나와서 물싸대기를 맞는 경험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다른 탕에 비해 물 온도도 그리 따뜻하지 않고 그냥 미지근한 정도다. 그래서 그냥 넓은 공간을 살살 헤엄치며 잠깐 즐기다가, 꽝인 경관이 상상되지 않는 설정샷만 얼른 찍고 탕을 나왔다. 다른 곳이 많이 궁금하기도 했고.
마음에 들었던 곳1. 작은 이벤트탕
성인 두 명 정도가 들어가면 딱 좋을 자그마한 탕이다. 나무들과 어우러져 있어서 경관 감상하기도 좋고 낭만적이다. 작지만 버블탕이고 그냥 예쁘니까 기분이 좋고... 사진도 엄청 찍었다. 다만 이 탕은 작고, 갯수도 그리 많지 않아서 15분 내로 이용해달라는 메시지가 붙어 있고 전체 스파 중에서 온도도 제일 낮았다. 날씨 덕에 춥지는 않았고 사람도 막 줄을 서거나 이 곳을 기다리고 있거나 하는 낌새는 없었지만 우리는 궁금한 곳이 많아서 오래 있지 않고 다음 탕으로 이동했다.

마음에 들었던 곳2. 가장 자연의 느낌을 주는 탕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약간 돌...돌들로 된 탕이고... 그렇다... 뭐라고 표현이 어렵네 다른 탕들이 매끈하게 조성된 인위적 탕이라면 이 탕은 돌들 덕에 정말 자연에서 온천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그리고 물 온도도 상당히 따끈해서 노곤노곤 녹는 기분이었다. 여기서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우리 둘만 있었을 때는 잠깐 노래도 들었다. 친구가 선곡을 부탁했는데 나는 감성적인 노래는 아는 게 영 없어가지고 드디어 발매되어 연일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백예린의 square를 틀었다. Come on let's drink and have~ very unmanageable day! 난 이 가사가 너무 좋다 정작 애주가는 아니면서. 이어서는 오마이걸의 비밀정원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틀었으나... 어울리지 않았다.

마음에 들었던 곳3. 핑크색? 붉은색의 물이 있는 탕. 사람들이 많아서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했다. 탕 온도도 괜찮고, 향기롭고 달달한 향이 아주 은은하게 올라와서 기분이 좋은 탕이었다.
전반적으로 야외스파는 만족도가 높았다. 노곤노곤하고 경관도 좋고 깔끔하고... 나는 이런 야외스파에 처음 와봤는데 아 이게 이렇게 좋은 거구나 스파는 행복한 거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데 오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엄마랑 또 오고 싶다.
실내스파
실내스파는 어린이들이 놀 수 있도록 해 놓은 슬라이드가 있는 곳이 가장 컸다. 이외 뭐였지 짐.. 여튼 무슨 짐 스파랑 피톤치드... 뭐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 우리는 실내스파를 한바퀴 휭 돌고 야외스파를 한참 즐기다가 거의 녹초가 되어 들어왔기 때문에 실내는 거의 즐기지 않았다. 피톤치드 어쩌구의 뜨거운 탕에는 잠깐 들어갔다 나왔다. 다만 사진의 아쿠아바는 너무 신기해서 찜질방으로 넘어가 쉬기 전에 잠깐 간식을 먹었다. 유자차랑 나초. (feat.햄튜브 유자차송)

이후에는 찜질방으로 넘어가서 호박식혜를 사 들이켰다. 달달하고 맛있어서 안그래도 부족한 수분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몸에 거의 들이켜 마셨다. 이 때는 우리 둘 다 너무 지쳐가지고 사진 찍을 생각을 거의 못했다. 친구는 찍었나? 모르겠군. 아무튼 식혜를 그렇게 마시고. 불가마의 푹신한 빈백소파인지 뭔지 여튼 그런 데 누워서 잠깐 후끈후끈한 기운 속에 졸다가... 나와서 뜨겁지 않은 피톤치드 방에 누워 한 숨 잤다. 찜질방은 6시에 닫는 모양인지 자고 있는데 와서 나가셔야 한다고 그래서 깼다. 잠시밖에 있지 못했고 규모는 작았지만 찜질방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꿀같은 휴식을 취하고, 저녁도 대충 해밀에서 불고기전골을 먹고는 드디어 체크인을 하러 갔다. 우리는 좀 윗쪽에 있는 동을 배정받아서 전동카트를 타고 갔다.



숙소도 마음에 들었다. 별똥카페가 있는 위쪽으로 배정해달라고 했는데, 안개도 끼고 카페도 닫아서 우리는 가보지 못했다. 거기가 별이 그렇게 잘보인다고 해서 좀 아쉽다. 방은 둘이 쓰기에 엄청 넓었다. 사진의 거실에다가 이불 깔고 쓸 수 있는 온돌방이 하나 더 딸려 있었다. 욕실에 욕조는 없지만 깔끔했다. 다만 위에 썼듯이 냉동고가 없으므로 얼려야하는 음식은 사오지 않는 게 좋다. 아까운 우리의 하겐다즈...
정말 신기한 게 우리 둘 다 체력이 몹시 안좋은데도 몸이 피곤하고 진이 빠지기보다는 노곤하게 풀린 느낌이었다. 이 맛에 온천하는거구나 싶었다. 뭔가 중독될 것 같다. 피부도 어찌나 촉촉해보이는지 무슨 깐달걀같았다. 자고 일어난 아침까지 그래보였다.
우리는 사 온 아이스크림을 먹고, 친구랑 놀러오면 으레 기념처럼 마스크팩도 하고, 수다도 옹골차게 떨었다. 친구랑 나는 비슷한 구석도 많은데 어떤 욕구의 동력원이나 일상을 운영하는 방식이 엄청나게 다른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는 매번 매 시기 고민을 나누며 함께하고 있다는 걸 이번에 친구와 종일 이야기하며 느꼈다.
푹 자고 일어나서 조식을 먹으러 갔다. 조식은 7시에서 10시까지 운영한다. 그냥 뭐 별 거 없고 평범했다. 한식 종류가 많았다. 친구 말로는 키위가 엄청 시다고 했다. 나는 커피를 안 마시는데 커피만 있고 차 종류는 평범한 티백만 딸랑 두 종류 있어서 섭섭했다. 추워서 주스만 마시긴 싫었는데. 숙소에서 조식 먹으러 가는 길에는 잠깐 숲길을 산책했는데, 중간중간 조형물들이 있는 게 귀여웠다. 시크릿가든을 촬영한 곳도 있었다. 아마 이 숲길은 겨울보다는 봄이나 가을에 오면 더 만족스럽게 산책하여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체크아웃은 12시였지만 조금 일찍 나와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 도착해서는 청량리역 롯데에 있는 스쿨푸드에서 마지막까지 수다를 떨며 점심을 함께 했다. 짧아서 아쉬웠지만 이 또한 정말 행복한 여행이었다.
내일은 연수 시작이라 오늘 일찍 자야하는데 벌써 글렀다! 어떻게든 되겠지! 온천여행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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