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구슬

2019.03 방콕 여행 3일차

EBU_이지 2019. 11. 1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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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는 가장 바빴다. 호텔에서 마지막으로 조식을 먹고는 아이콘 시암으로 옮겨 가 쇼핑을 한 뒤, 오후에는 새로운 호텔에서 수영을 하고, 저녁에는 야시장에 방문하기로 했다. 

 

아이콘시암

 

묵던 호텔에서 아이콘시암까지 가는 길이 고민이었는데, 체크아웃하며 그리로 갈 거라고 하니 바로 근처에서 배를 탈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호텔은 전에 썼던 것처럼 매번 건너편으로 배를 타고 건넜어야 했는데, 바로 그 건너편 근처에서 아이콘 시암으로 가는 배를 탈 수가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은 조금 더 걸렸던 것 같은데 가는 길에 바람도 좋고 이것 저것 구경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새벽사원인가? 아무것도 모르고 배 타고 지나가며 봤지만 아름다워서 또 뭔가 풍경을 건진 기분이 되었다

 

 

아이콘 시암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엄청난 규모의 쇼핑몰이다. 우리의 목표는 방콕의 맛집을 모아뒀다는 푸드코트(?)와 화려한 실내 구경, 그리고 방콕 옷브랜드 구경이었다. 쇼핑몰 내에 캐리어를 맡겨 두고 신나게 쏘다니며 구경했다. 내부가 정말 엄청나게 넓고 호화스럽다. 

 

 

뭔 놈의 쇼핑몰이 이리 화려한지 실내폭포 같은 게 정말 많았다
이곳은 푸드코트 및 식당가 쪽의 모습인데 너무 예뻐서 여러 장 사진을 찍었다

 

 

태국의 몇몇 브랜드들을 알아보고 갔는데, 지금은 브랜드 이름이 제대로 기억이 안 난다만 맘에 드는 옷들이 많아서 힘들었다. 나는 노란색 꽃무늬 크롭탑과 하늘색에 가슴 부분에 포인트 무늬가 있는 반팔 티를 샀다. 그리고 망설이다가 바지 하나를 못 산 게 몇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른거린다. 허벅지까지 중간 부분이 트여 있는 하늘하늘하고 긴 여름바지였는데 정말... 그거 하나 더 사올 걸.... 사이즈도 잘 맞았어서 더 아쉽다. 여기였는지 첫날 백화점에서였는지 고메 마켓에서 말린 망고와 파인애플 같은 간식도 건졌다. 생각해보니 간식은 첫날이었던 것 같고, 여기서는 엄마 줄 예쁜 스카프를 하나 샀던 것 같다. 

 

 

2번째 호텔 - 아바니 리버사이드(친구 R이 이 글을 읽고 알려주었다)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아무리 정보를 목적으로 한 글이 아니라지만 호텔 이름도 기억이 안 나다니. 아무튼 이 호텔을 선택한 이유는 인피니티 풀 때문이었다. 마음에 드는 수영장을 중심으로 호텔을 골랐기 때문에, 프라야 팔라쪼에서 아늑하고 사람이 적은 수영장을 즐기고 이 곳에서는 탁 트인 하늘을 즐기고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사람은 좀 많은 편이었지만 딱히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고, 하늘이 정말 푸르고 아름다워서 사진도 엄청 찍으면서 지칠 때까지 수영을 즐겼다. 호텔 분위기도 팔라쪼가 오래된 별장 느낌이었다면 이 곳은 완전히 현대적인 느낌이어서 상반된 분위기의 숙소를 택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호텔 수영을 즐기는 데 가장 공이 컸던 아이템은 우선 방수팩이다. 핸드폰을 넣어서 계속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으니 당연히 편리했다.  두 번째는 웃기지만 아동용 튜브이다. 우리는 물놀이 용품 단 한 개도 없이 태국에 도착했는데, 생각해보니 공이나 튜브라도 있어야 더 재밌을 것 같았다. 그래서 첫 번째 날 쇼핑몰에서 아동용 튜브를 하나 샀다. 공기를 불어넣는 도구가 없었는데 그것은... 친구 R이 대신해주었다. 친구야 사랑해 네가 짱이야. 근데 정말 유용했다. 그거 하나 있으니 잡고 둥둥 떠다니기도 좋고, 끼고 물장구 치고 놀기도 했다. 다음에 또 물놀이 가면 꼭 챙겨 갈 것이다. 

 

 

인피니티 풀은 설정샷 찍으려고 가는 거 아닌가요 후후

 

 

아시아티크 야시장

 

 

 

 

호텔 근처에서 바로 아시아티크 야시장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었다. 호텔 직원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택시를 추천했지만 우리는 배를 한 번 타보고 싶었다. 한 번 쯤 탈만은 한데, 딱 그 정도 였고 돌아올 때는 우버를 불러 탔다. 무엇보다 친구가 약간 배멀미를 했고, 우리가 일찍 출발해 망정이지 한 번 배를 갈아 탈 때 대기 줄도 엄청나게 길었다. 

 

아시아티크 시장은 우리의 남은 돈을 탕진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만큼 열심히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게다가 어쩌다보니 한 번도 안 먹어본 태국의 길거리 간식을 먹는 것도 하나의 목표였다. 그러나 사실 제일 큰 미션은 바로 친구 R의 <하트모양 라탄백을 찾아서> 였다.

 

<하트모양 라탄 백을 찾아서>

 

 

중간쯤에 걸린 색색폼폼이가 테두리에 달린 하트모양 라탄백이 친구의 이상향이었다

 

 

1편에 잠깐 썼는데, 친구는 태국에 오기 전 이 사진을 보고 저 모양의 라탄 가방이 꼭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짜투짝에서 온갖 라탄백 상점을 쏘다니며 한참을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모양의 가방은 찾을 수가 없었다. 친구는 태국 여행에 다녀온 뒤 가족과 다낭 여행을 가기로 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쓸 수 있는 라탄 가방이 꼭 갖고 싶었던 것 같았다. 이 쯤되니 나도 의지가 불타올라 꼭 비슷한 것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아시아티크에서도 친구와 나는 눈에 불을 켜고 하트모양 라탄백을 찾아 헤매었다. 그러나... 그러나 우리의 이상향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하트모양 비스그무리하게 생긴, 폼폼이가 하나도 달리지 않은 숄더백 형태의 라탄 가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친구는 그냥 그 가방을 사서 한국에서 마음에 드는 폼폼이를 골라 글루건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친구는 그런 것을 꼼꼼하고 예쁘게 잘 해서 나는 그래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친구 집에는 글루건도 없었지만. 그런데 이 라탄 가방 상점의 여자 사장님께서 가게 한 구석에 앉아 글루건으로 폼폼이 작업을 하고 계셨다. 번뜩 이 분께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부탁을 드리면 어떨까 생각했다. 글루건도 없는 마당에 전문가에게 맡기면 훨씬 깔끔하고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을 터였다. 그래서 결국 친구는 사장님께 제안을 했다. 혹시 지금 가진 폼폼이로 이 가방에 하트 모양을 달아주실 수 있냐고! 사장님은 이런 제안을 처음 받아 보시는지 어리둥절하고 망설이시는 듯 했지만 해보겠다고 하셨다. 예이!

 

친구와 사장님은 폼폼이 바구니 속에서 맘에 드는 색깔 조합을 찾고, 가방 위에 하트 모양으로 폼폼이를 놓아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냐고 물어보셨다. 내가 봐도 모양새가 예뻤다. 즉흥적 작업이라서 마지막에 하나가 약간 빌 것 같았는데 사장님이 예쁜 조합의 폼폼이를 하나 더 끼워 넣어서 이전보다 더 귀여운 모양새로 가방이 완성되었다. 이런 게 전문가의 손길이라고. 친구는 엄청나게 만족스러워 했고 지켜보던 나 또한 그랬다. 정말 감격스럽기 그지 없는 순간이었다. 밑의 사진이 짠. 결과물이다.

 

 

우리가 방콕에서 본 그 어떤 라탄 가방보다도 귀엽고 예쁘다고 자신할 수 있다. 진짜로.

 

 

정말 귀엽지 않은지? 친구와 나의 기분은 수직 상승하고 라탄 백에 별 생각 없던 나 마저 너무 부러워졌다. 친구가 처음에 레퍼런스로 삼은 가방보다 친구의 가방이 훨씬 예쁜 것 같다. 이 가방을 가지고 쇼핑을 위해 돌아다니는데 마주치는 한국인 아주머니들께서 가방이 너무 귀엽다며 칭찬도 해주셨다. 이번 태국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될 것 같다. 친구는 이후에 다낭 여행에도 이 가방을 잘 메고 다녔다고 했다. 

 

~하트 모양 라탄 백을 찾아서~ 해피 엔딩. 

 

 

이외에는 아시아티크 시장에서 망고밥도 먹고, 달디단 와플 같은 것도 먹고, 나는 노점에서 엄청나게 꾸물거리며 팔찌를 사 왔다. 후에는 우버를 타고 돌아와 친구와 맥주 한 캔을 하고 도란도란 얘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며칠 전에 친구 R과 만나 이태원 부아에서 똠얌꿍과 팟타이를 먹으며 이 여행 얘기를 했다. 태국 자체가 좋은 점도 있지만, 예상했듯이 같이 갔던 친구와 트러블이나 안 맞는 점은 하나도 없었고 서로 잘 맞추어가며 순도 1000%의 즐거움으로 가득 찬 여행을 다녀왔어서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이런 친구가 있는 것도 정말 큰 행복이다. 친구는 프라야 팔라쪼에 서로의 어머니를 모시고 4명이서 다시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러면 너무 좋을 것 같아서 엄마한테 여쭤봤더니 엄마도 좋다고 하셨다. 얼른 그럴 여유가 생기면 좋겠다. 계획은 우리가 속전속결로 짤 수 있으니 제발! 그게 이번 겨울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와 드디어 다 썼네. 모든 세부적인 이야기들을 다 적진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여행기를 제대로 쓰고 나니 기분이 끝내주게 좋다. 

 

2019년 11월 19일 방콕 여행기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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