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구슬

2020.08 강원도 여행 1 - 원주 뮤지엄 산 외

EBU_이지 2020. 8. 1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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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2박 3일 강원도 원주-강릉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무려! 십여년을 함께한 친구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모두 함께 떠난 여행이다. 게다가 친구들이 직접 차를 끌고 운전하며 이동한 여행이기도 했다. 그리고 사실 나에게는 여행 전까지 너무 큰 고민거리가 되었던 날씨... 주륵주륵 와르르 와대는 비가 나에게는 놀러가기에 너무 큰 위험요소로 느껴졌는데 또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너무 기다려왔어서 정말 짜증이 나고 불안했다. 비가 이미 너무 오랜 시간 강하게 오고 있었기 때문에 산사태 뉴스에 지반이 약해져서 어쩌구 저쩌구... 이런 문제에 예민한 편이라 더 안절부절 못했다. 여튼 여행 전날 퇴근해서 짐을 싸는데 의욕도 없고 들뜨지도 않아서 정말 속상했다. 당일에는 약간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출발했지만 다행히도 계속 전국에 비가 오는 와중, 우리가 있었던 지역은 비의 강도가 정말 약해서 안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게다가 이 정도면 참으로 운이 좋았다 싶을 정도로 비 오는 타이밍을 피해가며 즐겁게 놀 수 있었다.

첫 날의 일정 : 뮤지엄산 - 점심 - 베이커리 궁 - 평창 휘닉스 파크


1. 원주 뮤지엄산

여덟명 중 다섯은 이박삼일, 셋은 이틀째에 합류해 일박이일로 놀기로 해서 먼저 출발하는 친구들은 함께 원주에 있는 뮤지엄산에 가기로 했다. 출근보다는 조금 느지막한 시간, 꽃무늬 블라우스에 여행가방을 메고 누가 봐도 놀러가는 차림을 하고 지하철을 타려니 여행 간다는 게 실감이 나면서 마구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청량리역에서 열차를 타니 신이 나서 오랜만에 이어폰을 꺼내 케이팝 메들리를 들었다. 약 한시간 정도 열차를 타고서 원주역에 도착하니 이번여행의 드라이버 중 한명인 D가 이미 나를 픽업하러 와있었다. 어찌나 반갑고 신이 나던지. 다른 친구들은 뮤지엄산에서 바로 만나기로 했다. 

원주 뮤지엄산은 건축과 그 내부 풍경이 유독 유명한 곳이라 내부 전시 이외 경치를 감상하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주변에도 뮤지엄산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즐기는 법을 미리 추천받기도 했다. 우리는 뮤지엄산에 아주 오래 머물 생각은 아니었기 때문에(아침에 출발해서 점심을 따로 못 먹은 탓에 배가 매우 고팠음) 아주 압축적으로 시간을 잡았다. 

 

<뮤지엄산 팁>

여기저기서 뮤지엄산 즐기는 팁을 조합한 결과, 우리는 건축도슨트를 듣고, 제임스터렐관 전시도 들어가보기로 했다. 대신 다른 전시는 시간상 보지 못했다. 제임스터렐관 전시는 모두가 입을 모아 시간이 있으면 꼭 들어가라고 했던 곳이다. 팁을 준 친구는 제임스터렐관에 갈 시간이 없다면 그냥 풍경이 예쁜 카페에 자리를 잡으라고도 해주었다. 카페는 다소 비싸고 주변에 먹을 것도 딱히 없으니 식사는 따로 해결해야 한다. 

 

건축도슨트와 제임스터렐관을 모두 즐기려면 적어도 2시간 이상은 박물관에 머무르는 것이 좋다. 건축도슨트는 다 들으면 약 1시간 정도가 걸리고, 걸으면서 뮤지엄산 건축 방식과 내부에 대해 들을 수 있다. 다 들으면 도착하는 곳이 입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제임스터렐관 근처이다. 입구에서 제임스터렐관까지 쭉 걸으면 2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때문에 건축도슨트와 제임스터렐관을 모두 즐길 생각이라면, 건축도슨트를 듣고 30분 뒤 제임스터렐관 입장을 예약하면 된다. 제임스터렐관 감상은 30분정도 걸린다. 우리는 11시에 시작하는 건축도슨트를 듣고, 12시에 끝나 주변에서 사진을 찍고 구경을 한 뒤 12시 30분으로 예약한 제임스터렐관 입장을 기다렸다. 시간을 엄격하게 준수하여 진행하니 그전까지 여유 있게 대기를 해야 한다. 

 

입장요금과 전시해설 일정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http://www.museumsan.org/newweb/guidance/view_guide.jsp?m=5&s=2)

 

 

먼저 도착한 D와 나는 티켓을 사면서 우리가 곧 시작하는 11시 건축 도슨트를 듣고 싶고, 이후 바로 제임스터렐관에 12시 30분에 입장하고 싶으며, 곧 세 명의 친구들이 더 오니 미리 티켓을 다섯장 사 입장해있을 수 없냐고 문의하니 그럴 수는 없다는 안내를 들었다. 그래서 D와 나는 먼저 입장해 도슨트를 듣고 있었는데, 나중에 합류한 친구 C가 입구에서 자기가 티켓을 사러 가자마자 직원 분이 혹시 방금 들어간 2명의 친구분들이시냐고 물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세 명이 한꺼번에 간 것도 아니고 다른 친구들은 주차하고 있어서 C 혼자 티켓을 사러 먼저 온 건데도 그랬어서 우리가 그렇게 친구같아 보이나 생각을 했다(근데 맞음. 상당히 친구같아 보임. 우리도 인정함).

 

뮤지엄산은 정말 사진 스팟이 많아서 예쁘게 입고 햇살 아래서 멋진 사진을 많이 건지기를 추천한다. 우리는 비는 안 왔지만 살짝 날이 흐려서 아쉬운 감이 있었고, 나도 친구들도 배가 고파서 조금 서두르는 바람에 입구 쪽에서는 많은 사진을 찍지 못했다. 이 와중에도 친구들이 정말 근사하게 나온 사진들이 많은데, 아쉽지만 여기서는 풍경 사진들로 대체한다.  

 

 

올리려고 갤러리를 둘러보니 친구 Y가 근사한 전경사진을 많이 찍어주었다. 

 

정말 당장이라도 달려가 사진을 잔뜩 찍고 싶지 않은지? 약간 산 속에 떨어져 있는 곳이라서 매우 조용하고, 근처 풍경이 온통 초록으로 매우 아름답다. 넓은 정원들과 사진 속처럼 얕은 호수 내지 연못같이 된 곳들이 많은데, 얕은 물 속을 모두 검은색 돌로 채워 물 표면이 마치 거울처럼 풍경을 비추도록 의도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는 건축 도슨트를 들으면 알 수 있다. 이외에도 건물 구석구석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어서 무척 추천한다. 제임스터렐관 전시는 빛과 어둠, 공간을 주로 이용한 전시인데, 재미있으니 가보기를 추천한다. 전시 중 어둠 속 고요한 가운데 내면에 집중하며 작품을 감상해보라는 가이드가 있었는데, 배가 고팠던 친구 S의 내면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다고 한다. 해가 나는 날과 비가 오고 흐린 날은 전시 내용이 다르기도 하다고 들어서 또 와서 보고 싶어졌다. 나와 친구들은 나오는 길에 기프트샵에서 이런저런 굿즈와 예쁜 유리컵도 구매했다.

 

2. 점심 : 운채 세번째 이야기. 

 

점심은 친구네 팀장님께 추천받은 곳으로 갔다. 운채는 첫번째 이야기부터 세번째 이야기까지 있는데, 첫번째 이야기는 한정식, 두번째는 카페, 세번째가 구이를 위주로 하는 곳이다. 우리는 세번째 이야기에 갔는데... 다소 비싸서 고기를 구워 먹지는 못하고, 갈비탕과 갈비찜, 육회, 비빔냉면 등을 골고루 시켜서 후루룩 흡입했다. 나중에 한 테이블에서 찜과 탕은 원래 동시에 시켜 먹지 못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밑반찬이 달라 한 테이블 안에 세팅이 어렵다는 게 이유였던 것 같다. 뭐 우리는 다섯이 갔으니 적당히 둘 셋이 나뉘어 두 테이블에 앉으면 가능할지도? 여튼 고기가 좋아서 그런지 맛은 있었다. 특히나 갈비찜이 야들야들 맛있었다. 

 

 

 

 

 

3. 베이커리 궁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숙소에 들어가기 전 어디를 가볼까 하고 찾아보던 중, 아주 가까이에 베이커리 카페가 있다는 정보를 찾아 바로 이동했다. 도착해서 보니 우리 다섯 중 셋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왜냐면, 정말 카페가 제대로 컨셉에 취해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진짜 컨셉과 장식이 모두 요란법석 그 자체라 너무 웃겨서 재미있었다. 

 

 

외부에서 본 모습인데, 한옥과 같은 생김새에 조명이 온 사방에 걸려 있고, 안쪽의 조명도 번쩍번쩍 잘 보인다. 
안에는 이런 조화식물이 천장에 온통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사이에 노란 조명들이 있다. 

 

 

공간은 매우 넓고, 베이커리 카페답게 조각케이크와 각종 빵들이 다양하게 있다. 사실 배부른 차에 간단하게 간식 한 번 먹어볼 요량으로 간 곳이라 뭘 많이 시켜 먹지는 않았고, 시킨 것들의 맛은 뭐 그럭저럭이었던 것 같다. 여기서 이 장식들과 함께 같이 수다를 떨고, 설정샷도 찍으며 노는 사이 비가 와장창 쏟아졌다. 근데 워낙 컨셉이 강한 카페라 그런지 비가 쏟아져도 괜히 놀러온 기분이 나고 묘하게 들떠서 요상했다. 여튼 꽤 한참을 수다 떨다 나오니 비가 약해져서 우리의 멋진 드라이버 친구들과 함께 평창 휘닉스파크로 향했다. 

 

 

4. 숙소 도착 : 평창 휘닉스 파크

 

사실 원래는 산속에 예쁜 펜션으로 숙소를 예약했었는데, 강원도 산사태 뉴스로 안전을 위해 급하게 이쪽으로 숙소를 바꾸었다. 마침 기한임박으로 할인을 하고 있어서 좋은 선택이 되었다. 도착해서 짐을 풀고, 친구들은 루지라고 휘닉스파크에 있는 어트랙션을 타러 나갔다. 나는 놀이공원에서도 막 차타고 속도를 즐기고 이런 걸 좋아하지는 않아서, 친구들이 나갔다 오는 동안 잠깐 눈을 붙였다. 무선이어폰으로 노래를 오래 들으면 두통이 온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오랜만이기도 하거니와 기분을 내고 싶은 마음에 기차 안에서 잠시 볼륨 1로 들었는데도 두통이 왔다. 이제는 진짜 30분 이내로만 들어야지 싶었다. 친구들은 다행히도 나갔을 때 비가 개고 날씨가 너무 좋아서 환상적인 하늘을 보고 들어왔다고 한다. 휘닉스파크에 가면 케이블카를 타고 이 풍경을 보러 가는 것도 좋을 지도. 친구들이 찍은 사진을 보니 마치 구름 속에 있는 것 같은 모습도 있었다.

 

 

 

 

이후는 다시 숙소에 모여 치킨을 시켜두고, 오는 길에 다이소에 들러 사 온 이런저런 게임을 잔뜩 했다. 친구들이 보드게임 같은 거를 엄청 좋아하는데 머리 쓰고 싶지 않아하는 나를 배려해서 아주 단순하고 쉬운 게임 위주로 픽해주었다. 좋은 친구들... 오랜만에 침묵의 공공칠빵도 했는데 정말 찍소리도 못 내게 해서 더 웃겼다. 할 때는 너무 웃기고 영문을 모르고 걸린 친구들 표정이 너무 재밌어서 코 훌쩍이다가도 계속 걸렸는데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고 한 것도 아닌데... 다이소에서 산 원숭이 밸런스 게임은 젠가마냥 단순한데 술 먹으면서 하기에 심장이 쫄깃해서 즐기기 좋았다. 무슨 술게임 퀴즈 같은 것도 있었는데, 1회용이라 다소 아쉬웠지만 할 때는 컨텐츠가 꽤 다양하게 들어 있어서 정말 즐겁게 했다. 카드에 적혀있는 퀴즈를 맞히거나 게임을 하면 되는 건데, D는 이 때 도전자들의 눈싸움을 받아주다가 다음날 렌즈를 못 끼고 안경을 써야 했다. 다행히도 열정을 불태운 보람이 있었던 것이, D와 C가 공동 1등으로 다음날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이후에도 느꼈지만 정말 체력 기르기가 절실하다. 나도 더 텐션 높여서 끝의 끝까지 놀고 싶다. 카페에 있었을 즈음 친구가 자면 충전은 되냐고 물어봤는데 그러게... 되긴 되는데 배터리 용량이 너무 작다. 이윤석 탈출 언제 할지 약간 반성하게 되는 여행이었다. 아무튼! 평소 가보고 싶었던 뮤지엄산도 가보고 오랜만에 친구들과 실컷 떠들면서 보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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